[팩트체크] “어벤저스에서 OOO 죽는다!” 스포일러 처벌받나?
[팩트체크] “어벤저스에서 OOO 죽는다!” 스포일러 처벌받나?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5.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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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엔드게임' 개봉 다음날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한 교사의 경고문. 엔드게임 스포일러를 듣게 될 경우 학생 절반에게 F학점을 주겠다는 강력한 경고가 담겨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어벤저스:엔드게임' 개봉 다음날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한 교사의 경고문. 엔드게임 스포일러를 듣게 될 경우 학생 절반에게 F학점을 주겠다는 강력한 경고가 담겨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뉴스로드] "만약 내가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를 듣게 된다면, 동전던지기를 통해 무작위로 학급 절반에게 F 학점을 주겠다"

위 내용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남긴 경고문의 일부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이 경고문은 스포일러에 시달리는 많은 영화팬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스포일러는 영화나 소설 등의 줄거리를 비롯해 중요한 반전이나 결말 등을 상대의 의도에 반해 미리 알려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특히 깜짝 반전이 핵심인 스릴러물의 경우, 스포일러는 잠재적 컨텐츠소비자들의 감상 의욕을 꺾어버릴 수 있어 창작자들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제작사인 마블스튜디오는 출연진들을 모아 "엔드게임을 스포하지 마세요!"(Don't spoil the endgame)라는 영상을 따로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특히 인터넷 발달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 소통의 장이 늘어난 현재 스포일러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아예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을 중단하지 않는 한 카카오톡 등의 단체메시지 방이나 인터넷 방송의 채팅창에서 의도적으로 영화 내용을 발설하는 악의적 스포일러를 모두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극장이나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의도치 않게 듣고 영화 결말을 미리 알게 된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마블스튜디오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엔드게임 스포하지 마세요!"라는 짧은 영상을 배포하기도 했다. 사진은 영화 내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할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가 '스포방지'를 당부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마블스튜디오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엔드게임 스포하지 마세요!"라는 짧은 영상을 배포하기도 했다. 사진은 영화 내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할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가 '스포방지'를 당부하는 모습. 사진=마블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최근 흥행 중인 ‘어벤저스: 엔드게임’으로 인해 한껏 예민해진 영화팬들은 고의적인 스포일러의 경우 민형사상의 처벌을 부과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스포일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처벌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에서 스포일러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형사처벌의 경우 스포일러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업무방해죄는 상대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위력을 사용한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반면 영화의 반전이나 결말을 사실대로 말한 경우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더 큰 피해를 입히는 진짜 스포일러들은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

영화의 핵심 내용을 유출했다는 점에서 업무상비밀누설죄를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업무상비밀누설죄는 의사, 약제사, 변호사, 공증인 등 의료, 법조, 종교계 종사자에게만 적용되는 법이다. 일반 관객에게 업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

형사처벌이 어렵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할까? 이 역시 쉽지 않다. 반전이 중요한 스릴러영화나 최종 순위에 관심이 모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스포일러는 관객 수 감소 및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스포일러로 인한 손실액 규모가 얼마인지 산정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스포일러와 경제적 손실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객관적인 피해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과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도 제작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연인으로부터 스포일러를 당한 뒤 이별을 고민하는 한 누리꾼의 글. 압도적인 '추천' 수가 많은 영화팬들의 심정을 잘 보여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남자친구로부터 스포일러를 당한 뒤 이별을 고민하는 한 여성의 글. 압도적인 '추천' 수가 많은 영화팬들의 심정을 잘 보여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설령 스포일러가 처벌받는다 하더라도 사전에 영화나 방송 내용을 발설했기 때문은 아니다. 최근 유튜브에 범람하는 영화소개 채널들의 경우, 사전 예고 없이 결말 내용을 포함해 사용자들의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다. 만약 해당 채널의 운영자들이 처벌을 받는다면 영화 영상을 무단으로 편집해 올리면서 저작권법을 위반했기 때문이지, 영화 내용을 알려서는 아닐 것이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애초에 관객들에게 비밀유지각서를 쓰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실상 관객들이 스스로 스포일러를 자제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지난달 23일 홍콩의 한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보기 위해 대기 중인 관객들에게 한 남성이 영화 내용을 큰 소리로 말했다가 집단폭행을 당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남극 과학기지에서도 한 엔지니어가 소설의 결말을 말해준 동료의 가슴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스포일러는 타인으로부터 좋은 문화컨텐츠를 즐길 기회를 빼앗는 잘못된 행동인 동시에, 경우에 따라 위 사례처럼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잠깐의 관심과 즐거움을 위해 스포일러 글을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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