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일본 여행 거부, 실제 영향은?
[팩트체크] 일본 여행 거부, 실제 영향은?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7.1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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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정부관광국(JNTO) 페이스북
사진=일본정부관광국(JNTO) 페이스북

[뉴스로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내에서 유니클로 등 일본계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가까운 거리와 저렴한 비용으로 각광받았던 일본여행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불매운동이 관광분야까지 퍼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한국 여행객들의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타바타 히로시 일본 관광청장관은 17일 “수출규제 이후 한국 기업의 사원여행에서 일정 수의 예약 취소가 발생했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 여행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며 현재 큰 영향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일본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실제로 일본 관광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불매운동이 이제 막 시작된 시점이라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과거 통계자료를 통해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뉴스로드>는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작성한 과거 통계자료를 통해 한국이 일본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살펴봤다.

2003~2017년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 자료=일본정부관광국
2004~2017년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 자료=일본정부관광국

◇ 한국인 일본 관광 매년 20%씩 급격히 증가

JNTO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지난해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수는 총 3119만1856명이며, 이중 한국인 입국자는 753만8592명으로 약 24.2%를 차지한다. 이는 중국(838만0034, 26.9%)에 이어 2위인 수치다.

실제 일본을 찾는 한국인 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을 제외하면 매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평균 14.4%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는 지난 2003년 145만9333명에서 지난해 753만8592명으로 15년만에 다섯배 이상 증가했다. 

방일 목적을 관광으로 한정하면 어떨까? 목적별로 분류된 통계자료는 아직 2017년까지밖에 집계돼지 않았지만,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증가 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JNTO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인 관광객은 매년 평균 2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겨우 백만 명을 넘었던(103만7483명) 한국인 관광객은 13년만에 659만3328명으로 여섯배 이상 늘어났다. 관광객 수로만 따지만 한국이 2017년 전체 방일관광객 중 1위로 중국(644만7740명)보다 14만5588명 더 많았다.

2018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액. 빨간색이 한국. 자료=일본정부관광국
2018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여행 중 지출한 금액. 빨간색이 한국. 자료=일본정부관광국

◇ 한국인 관광객 일본서 6.4조원 지출, 중국 이어 2위

물론 관광객 수가 많다고 해도 여행지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소비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JNTO는 분기별로 주요 11개 공항 및 항구에서 승무원 및 1년 이상 체류자를 제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해 ‘방일외국인 여행자 소비동향 조사’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의 지난해 소비규모는 총 5881억엔으로 중국(1조5450억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방일관광객 전체 소비액(4조5189억원)의 13.0%를 차지하는 수치다. 

한국인 관광객 수와 마찬가지로 소비 규모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1254억엔)에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전년(1973억엔) 보다 소비액이 36.4% 감소했지만, 이후 추세를 회복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매년 평균 25.5%씩 소비액이 증가했다. 

반면 관광객 1인당 소비 규모는 다른 국가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JNTO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은 약 7만8084엔으로 중국(22만4870엔), 미국(19만1539엔), 대만(12만7579엔) 등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총 지출 규모. 자료=일본정부관광국
2010년~2018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총 지출 규모.(단위:억엔) 자료=일본정부관광국

◇ ‘웰빙’ 찾는 한국인 관광객, 지방 소도시 타격 클 듯

그렇다면 한국인 관광객은 돈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수가 줄어도 소비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을까? 이는 다른 국적의 관광객과 다른 한국인 관광객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추측이다. 시차가 없고 거리가 가까워 당일치기, 무박3일 도깨비여행 등 체류기간이 짧은 여행을 선호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평균 숙박기간은 지난해 기준 약 4.4일. 2011년 7.9일이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1인당 소비액을 평균 숙박기간으로 나눠 구한 한국인 관광객의 1일 평균 소비액은 약 1만7746엔으로 중국(2만3182엔)보다는 적지만 대만(1만8762엔)과는 비슷하고 미국(1만4188엔)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중국과의 차이는 한중 관광객 간의 소비행태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한일 간의 기술격차가 컸던 과거에는 일본에 여행을 가서 가전제품을 사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일제’에 대한 선망이 거의 사라진 최근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쇼핑’에 소비하는 돈은 많지 않다. 오히려 좋은 숙소와 맛있는 음식에 여행경비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JTNO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의 여행 중 지출액은 숙박비(32.0%), 식비(25.6%)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쇼핑은 27.6% 수준이다. 다양한 명소를 찾다 보니 교통비 지출도 9.8%로 높은 편.

반면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쇼핑이 49.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숙박비(21.3%) 및 식비(17.8%) 비중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쇼핑에 초점을 맞춘 여행이다보니 교통비도 7.5%로 비중이 낮다.

구매한 품목도 다르다. 과자나 의약품은 양국 관광객 모두 선호하는 제품이지만 중국은 화장품·향수(1위), 의류(4위), 신발·가방·가죽제품(6위), 가전(8위) 등을 선호한다. 반면 한국은 식료품·담배(3위), 주류(5위), 건강용품(7위), 민속공예품(9위), 책(10위) 등의 순이었다. 이는 고가의 제품을 쇼핑하는데 많은 돈을 지출하는 중국인 관광객과는 달리, 한국인 관광객은 현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기념품이나 간단한 식료품 등 저렴한 쇼핑을 즐기는 대신 높은 퀄리티의 숙소와 음식에 많은 지출을 할애하는 '웰빙' 여행을 추구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2018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 구성.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보다 쇼핑 관련 지출이 매우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일본정부관광국
2018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 구성.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보다 쇼핑 관련 지출이 매우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일본정부관광국

중국과의 비교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나는 한국인 관광객의 일본 여행 중 소비행태는 또다른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쇼핑 중심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대도시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큰 타격이 아닐 수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지방 중·소도시의 숙박업 및 요식업은 상당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 특히 남과 다른 특별한 경험과 잘 먹고 잘 자는 웰빙 여행을 추구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관광명소나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숨겨진 명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JNTO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는 오사카(33.8%)와 후쿠오카(23.5%)였으며, 그 뒤는 도쿄(21.4%), 교토(17.1%), 시바(14.0%), 오이타(10.6%), 오키나와(9.5%). 홋카이도(6.8%) 등이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46.2%가 도쿄를 1순위로 꼽은 것과는 달리 한국인 관광객의 경우 중소도시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중·소도시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의 지출이 지역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기 때문에, 일본 여행 거부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7월 통계 주목, 한국인 관광객 수 급감 예상

JNTO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총 386만2700명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바타 히로시 일본 관광청장관이 한국 내 일본 여행 거부 여론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것도 상반기 관광객 감소폭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에서 일본 여행 거부 여론이 확산되기 이전의 수치다. 방학과 여름휴가를 맞아 일본여행을 준비했던 사람들의 예약취소 인증이 줄을 잇고 있어 당장 7월부터 한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JNTO는 7월 방일외국인 통계자료를 발표하지 않았다. JNTO의 7월 통계자료 작성이 완료된 후 타바타 히로시 장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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