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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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3개월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며 ‘노 재팬’을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불매운동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7~8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 검찰개혁 등 다른 사회적 이슈들로 대중의 관심이 이동한 데다, 한일관계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불매운동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

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이슈에 비해 비중이 줄어들었을 뿐 시민들의 참여는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은 우려에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스로드>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지 100일째 되는 오늘(7일)을 맞아 지난 3개월간 일본 불매운동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실제 불매운동의 열기가 약화되고 있는지 다양한 수치를 통해 알아봤다.

텅 빈 대마도행 여객선. 사진=연합뉴스
텅 빈 대마도행 여객선. 사진=연합뉴스

◇ 9월에도 관광객 외면, 일본행 비행기 배편 감소

일본 불매운동의 핵심 타깃 중 하나는 그동안 한국인 관광객의 주 여행지로 높은 수입을 올려온 일본의 관광산업이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관광객은 4년간 일본에서 18조8158억원을 소비했는데, 이는 6조4453억원을 지출한 방한 일본관광객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실제 적자금액 또한 약 12조3705억원에 달한다.

일본 불매운동과 함께 일본여행을 취소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실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아직 취소수수료 및 일정 변경의 부담이 남아있는 7월의 경우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56만17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 감소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8월은 30만8700명으로 무려 48.0%나 급감했다. 여름철 성수기인 7~8월 두 달간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약 27.6%나 줄어든 것.

관광객 수뿐만 아니라 소비규모도 줄어들었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세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국내 여행객이 일본에서 600달러 이상 결제한 건수는 1만124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00달러 이상 결제한 총액은 12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월보다 57.2%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달 13일 한국의 일본 여행 불매 운동으로 인해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한산해진 온천마을 유후인(湯布院) 거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3일 한국의 일본 여행 불매 운동으로 인해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한산해진 온천마을 유후인(湯布院) 거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여행 거부운동으로 인해 일본 관광산업이 입은 손실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6일 발표한 ‘2019년 여름 휴가철(7∼8월) 한일 여행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일 관광교류 위축에 따른 일본의 생산유발 감소액을 약 3537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한국(399억원)의 9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일본 불매운동이 3개월째를 맞은 9월은 어땠을까? 아직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월별 방일외국인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지만 일본 여행 거부 열기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일본노선 주간 항공운송 실적'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노선 여객은 135만5112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4% 감소했다. 

하늘길뿐만 아니라 뱃길도 막혔다.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과 대마도·후쿠오카·시모노세키·오사카를 잇는 4개 항로 국제여객선 승객은 2만127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2% 감소했다. 7월과 8월 감소폭이 각각 35.0%, 68.8%였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폭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관광산업’에 있어서 일본 불매운동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한 대형마트 맥주판매코너에 일본산 맥주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팻말이 설치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 맥주판매코너에 일본산 맥주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팻말이 설치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 일본 맥주 추락, 일본 자동차 등록은 60%↓

여행 외에도 다양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국내 주류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일본산 맥주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약 97.1% 가량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7월 벨기에, 미국에 이어 큰 차이없는 3위를 차지하며 선두 다툼을 벌였던 일본 맥주는 8월 들어 홍콩에 이은 13위로 뒤쳐졌다.

9월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잠정치)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겨우 6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9.9% 감소했다. 국가별 수입 순위 또한 28위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산 맥주를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는 뜻. ‘급감’이라는 표현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져 한일관계가 개선돼도 예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구성과 안전성의 대명사였던 일본차 매출도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일제 승용차의 신규등록은 1103대로 전년 동월 대비 59.8% 감소했다. 이 또한 지난 7월(-17.2%), 8월(-56.9%)에 비해 감소폭이 늘어난 것으로, 불매운동의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덕분에 일본차의 수입자동차 시장 점유율도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6월 20.4%에서 9월 5.5%로 크게 줄어들었다.

인천 구월문화로상인회 회원들이 지난달 23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상가 밀집 지역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일본산 차량인 렉서스 승용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구월문화로상인회 회원들이 지난 7월 23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상가 밀집 지역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일본산 차량인 렉서스 승용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노 재팬'에 독일차 약진, 중국산 맥주도 선전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일본이 물러난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우선 수입차시장에서는 일본의 기세가 주춤하면서 독일이 선전하고 있다. 특히 벤츠의 경우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296.7%나 늘어난 총 7707대를 판매하며 현대·기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연이은 차량 화재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BMW 또한 424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7.1% 늘어났다. 아우디도 전년 동월보다 16.0% 늘어난 1996대를 판매해, 독일차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8월 66.8%에서 9월 71%로 상승했다. 

맥주 시장에서는 국산 브랜드를 비롯해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6일 중앙일보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된 맥주 중 국산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7월 39.6%에서 8월 48.7%로 10%p 가까이 상승했다. 그동안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에 밀려 하락세를 보였던 국산 맥주가 불매운동의 여파로 반등의 계기를 찾아낸 셈. 중국산 맥주 수입 규모 또한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산 맥주 수입액은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7월  308만7000달러에서 8월 462만1000달러로 33.2% 늘어났으며, 국가별 순위에서도 5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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