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직격한 뒤 후쿠시마현에 보관된 방사능 폐기물 자루가 훼손된 모습. 사진=페어윈즈 홈페이지 캡처
지난 14일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직격한 뒤 후쿠시마현에 보관된 방사능 폐기물 자루가 훼손된 모습. 사진=페어윈즈 홈페이지 캡처

[뉴스로드] 미국의 원자력 관련 비영리단체 페어윈즈(Fairewinds)가 태풍 ‘하기비스’가 지나간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 대한 방사능 경보를 발령했다. 

페어윈즈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슈퍼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해 방사능 오염토와 폐기물들이 쓸려나갔다”며 “얼마나 많은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과 주변 환경으로 유실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페어윈즈는 지난 11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방사능에 오염된 많은 양의 토양이 태풍으로 인해 유실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페어윈즈는 태풍이 일본을 직격한 14일, “불행하게도 오늘 우리가 가진 최악의 두려움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피해보고서는 아직 불완전하지만, 영상을 통해 한 방사능 폐기물 저장구역이 폭우로 인해 훼손됐으며 방사능 물질이 강으로 유실돼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태풍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토 유실을 우려하는 것은 페어윈즈만이 아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 임시보관소에 보관된 방사능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인근 하천으로 유실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무라시는 10개의 폐기물 자루를 회수했으나, 총 몇 개의 자루가 유실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무라시 임시보관소에는 총 2667개의 폐기물 자루가 보관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토 유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지금까지 6개 자루를 회수했다. 여기에 자루 4개를 더 발견해 회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더 유실된 것이 없는지 계속 조사 중”이라며 “회수된 폐기물은 용기가 파손되지 않아서 환경에 대한 영향은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설명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당장 몇 개의 자루가 유실됐는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설령 유실된 자루를 모두 회수한다고 해도 내용물이 유출됐을 위험은 남아있기 때문.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폐기물은 플라스틱 재질의 검은색 자루에 담겨서 보관되는데, 한 자루에 약 1톤 가량의 폐기물을 담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자루가 완전히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느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출신인 김익중 전 동국대학교 의대 교수는 지난 15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마대자루다. 그래서 옆이나 밑은 방수일지 모르겠지만, 위쪽까지 방수되는 건 아니다. 밀봉된 것이 아니니까”라며 “비 오면 그 안에 물이 들어갈 거고, 그중에 일부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페어윈즈는 또한 태풍으로 인해 제방과 댐이 무너진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페어윈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이 하천 바닥과 제방에 쌓여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며 “이러한 제방과 댐들이 무너지면 더 많은 방사능 물질이 강과 하천으로 흘러들어 농지 및 인구밀집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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