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죽음이 던진 물음표 "생명보다 큰 보도 가치는 없다"
설리 죽음이 던진 물음표 "생명보다 큰 보도 가치는 없다"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10.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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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생명의 전화'.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생명의 전화'.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지난 14일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 25세)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한국생명의전화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자칫 모방자살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보도 기준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 18일 ‘모방자살이 걱정된다. 미디어의 사회적책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 아이돌 출신 연예인의 죽음 이후 청소년들의 상담이 많이 늘었다. 대부분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큰 충격과 고통을 느낀다는 내용”이라며 “그녀의 죽음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깊이 각인되고 전염된 것 같아 보여 상담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하 원장은 이어 “각종 언론 및 매체에는 그녀의 죽음 기사가 넘쳐난다. 그녀를 죽음을 이해하고 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마치 죽음을 문제해결의 한 방법인 것처럼 미화하고 합리화한다”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이 그녀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녀의 행동을 모방하여 자살이나 자살시도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1만3670명으로 전년 대비 9.7% 증가했으며 10만명당 자살률은 26.6명으로 9.5% 늘어났다. 특히 10대 자살률의 경우 전년 대비 22.1%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자살률 증가 원인에 대해 “자살은 다양한 제도적, 사회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한두 가지의 요인만으로 정확한 설명이 어렵다”면서도 “다만 지난해에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명인 자살사건이 다수 있어 모방 자살 효과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유명인 자살 후 2개월간 자살자 수가 평균 606.5명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또한 2015년 유명인 자살사건으로 인한 모방자살 효과가 하루 평균 6.7명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유명인의 죽음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가 모방자살 효과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한국기자협회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만들어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것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말 것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할 것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할 것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권고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선정적인 제목과 자극적인 내용, 사진 등을 사용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우울감을 확산시키는 보도행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 원장은 “일부 매체에서는 자살을 너무 지나치게 부각했으며, ‘사망’, ‘숨지다’와 같이 객관적 사망 사실을 표현해야 하지만 ‘스스로 목숨끊다’ 또는 ‘극단적인 선택’과 같이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했다”며 “구체적인 자살방법,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 원장은 “이번 사건 이후 보도를 보면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사건으로 청소년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모방 행위가 발생될 것 같아 염려가 된다”고 우려했다.

하 원장은 이어 “만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잘못된 자살보도를 보고 자살 시도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며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의 가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생명의전화는 우울감 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365일 24시간 전화, 온라인을 통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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