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평화, 반환경 2020도쿄올림픽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재미한인회장단이 복도에 전시된 욱일기 관련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평화, 반환경 2020도쿄올림픽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재미한인회장단이 복도에 전시된 욱일기 관련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旭日旗)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 역사학자의 주장이 제기됐다.

미 코네티컷대학 역사학과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일본의 욱일기는 공포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는 반드시 금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기고했다. 

더든 교수는 욱일기가 한국인 학살을 주장하는 재특회, 2차대전을 ‘해방의 성전’이라고 주장하는 일본회의 등 극우 시민·정치단체들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일본 우익에게 욱일기 게양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사를 지우기 위한 집단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이어 “욱일기를 수용하는 것은 전시 잔혹 행위를 포함한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는 일본 극우파의 신념을 전파하는 행위”라며 “이들은 실패한 전쟁의 명예를 회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남부연합기에 집착하는 미국인들과 닮았다”고 말했다.

더든 교수는 욱일기 사태가 한일 정부 간의 문제로 국한되서는 안된다며 IOC가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든 교수는 “욱일기가 모욕하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라며 “IOC는 욱일기 아래 수백만의 사람들이 고통받았던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미얀마 등으로 올림픽 경기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기 전에 사태를 자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든 교수는 “욱일기의 의미를 설명해줄 일본 전시 잔혹 행위의 생존자들은 올림픽 경기장을 채우기에는 너무 적은 수만 생존해있다”며 “IOC가 대신 역사로부터 배워야만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코넷티컷 대학교 역사학과 알렉시스 더든 교수. 사진=코네티컷 대학교 역사학과 홈페이지 캡처
미국 코넷티컷 대학교 역사학과 알렉시스 더든 교수. 사진=코네티컷 대학교 역사학과 홈페이지 캡처

아울러 더든 교수는 미국 또한 욱일기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미국은 한일 간 역사분쟁을 양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며 “미국이 1945년 이후 동아시아 역내 문제 해결에 실패했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분열 또한 영구화됐다”고 말했다. 더든 교수는 미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조차 유지하는데 실패했다며, 미국이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더든 교수는 미국이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일본 침략전쟁의 피해자이며 한국과 같은 입장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더든 교수는 “미국인 전쟁포로 또한 50곳이 넘는 일본의 노역장에서 강제노동을 했으며 사망율이 40%를 웃돌았다”며 “개인적 차원의 사과는 있었지만, 한국, 미국, 중국, 필리핀, 호주, 영국의 참전 군인 중 누구도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더든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코네티컷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며, 일본 근현대사와 한일 관계에 대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 담론과 권력'(2005) 등이 있으며 현재 '일본의 시작과 끝: 1850~2020'을 집필 중이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