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1인가구 증가와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8일 발표한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비지출 대비 교육비 비중은 1990년 8.2%에서 2009년 13.8%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점차 감소하며 2018년 7.2%까지 줄어들었다.

가구주 연령대별로 봐도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교육비 비중 감소 추세가 발견된다. 특히 교육비 지출이 가장 큰 40대 가구주의 경우 2010년 21.2%에서 2018년 13.0%로 8.2%p나 감소했다. 저연령층을 양육하는 39세 이하 가구주 또한, 같은 기간 교육비 비중이 9.3%에서 4.3%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교육비 지출 감소의 원인은 1인 가구 증가와 초저출산 추세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인 0.98명을 기록했다. 평균 가구원 수 또한 1970년대 5.2명에서 지난해 2.4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17년 28.6%로 급증한 반면, 4인 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31.1%에서 17.7%로 급락했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가구주 연령별 가계지출 대비 교육비 비중.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 교육비 비중 감소했지만, 1인당 교육비 부담은 늘어.

“교육비 추락같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자녀당 교육비를 따져봐야 한다. 저출산 때문에 교육비가 줄어든 게 아니라 사교육비 부담이 커서 아이를 안 낳는 것”

“외벌이 월급으로 애 둘 키우면 그때부터 거지꼴을 면하기 어렵다. 80년대처럼 밥만먹고 사는 세상도 아니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

위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저출산으로 인해 교육비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일반적인 학부모들은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인구구조 변화가 교육비 감소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과도한 교육비 부담이 인구구조 변화(저출산)를 가져왔다며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그렇다면 실제 자녀 1명당 지출되는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 부담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22만2000원에서 지난해 29만1000원으로 6만9000원(31.1%) 증가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경우로 한정하면, 2007년 28만8000원에서 2018년 39만9000원으로 11만1000원(38.5%) 늘어나 증가 추세가 더욱 가파르다. 

게다가 통계청은 EBS 교재 구입 비용, 방과후학교 참여 비용, 어학연수 비용 등을 사교육비와 분리해 별도 집계했다. 이러한 비용까지 전부 포함할 경우 1인당 교육비 지출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2007~2018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추이. 자료=통계청
2007~2018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추이. 자료=통계청

◇ 저소득층일수록 교육비 부담 커

교육비 지출 증가는 이처럼 통계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다. 교육비 ‘비중’의 감소는 교육비 ‘부담’ 증가 등 여러 사회적 요인에 따른 저출산 추세가 가져온 불가피한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사교육비 부담이 단순히 증가할 뿐만 아니라,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무게를 지닌다는 것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교육비 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교육의 양극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교육비 지출 격차는 소득 격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즉, 저소득층은 교육 격차를 벌리지 않기 위해 소득에 비해 더 큰 교육비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김현철 교수가 지난 2월 발표한 ‘상대적 빈곤층의 사교육비 지출규모와 변화추이’에 따르면 소득대비 사교육비 지출비율은 상대적 빈곤층 가구가 일반 가구보다 월등히 높다. 김 교수는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초등학교 1학년·4학년 및 중학교 1학년 자녀를 가진 가구(2010년 기준) 등 3개 패널집단의 2010~2016년 사교육비 지출 추이를 분석했다. 예를 들어 ‘중1패널’의 경우 중학교 1학년부터 대입 첫해까지, ‘초4패널’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7년간 사교육비 지출 변화를 확인한 셈이다. 

연구 결과, 3개 집단 모두 연 소득이 중위 소득의 50% 이하인 상대적 빈곤층의 사교육비 지출 비율이 일반 가구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0년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상대적 빈곤층의 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율은 13.48%에서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2016년 21.84%까지 급증한다. 반면 일반 가구의 경우 같은 기간 7.73%에서 9.84%로 완만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상대적 빈곤층과 일반 가구의 평균적인 소득 격차는 3배를 넘는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상대적 빈곤층은 일반 가구의 3분의 1 수준의 교육비를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상대적 빈곤층은 일반 가구의 60% 수준의 교육비를 감당하고 있었다. 

특히, 교육비 지출이 급증하는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경우 상대적 빈곤층은 일반 가구보다 더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중1패널’의 자녀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2015년 월평균 사교육비는 상대적 빈곤층 52만1000원, 일반 가구 48만5900원이었다. ‘중1패널’ 상대적 빈곤층의 2015년 월평균 소득은 겨우 128만4800원. 소득의 40% 이상을 입시에 투자하는 셈이다. 

2010년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7년간 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율 변화. 자료=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김현철 교수, ‘상대적 빈곤층의 사교육비 지출규모와 변화추이’ 일부 발췌.
2010년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7년간 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율 변화. 상대적 빈곤층의 사교육비 부담이 일반 가구에 비해 매우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김현철 교수, ‘상대적 빈곤층의 사교육비 지출규모와 변화추이’ 일부 발췌.

◇ ‘공교육 내실화’로 사교육비-저출산 고리 끊어야

저출산으로 인해 교육비 지출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결론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야 하는 기업에게 중요한 것이지 정책적 함의를 가진 것은 아니다. 저출산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교육비 ‘부담’ 증가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핵심이다.

답은 결국 '공교육 내실화'다. 청주대학교 경영학과 이원준 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동 사교육 시장 및 사교육비 지출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 및 만족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3~7세 미취학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만, 그 이상 연령대의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공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사교육 지출을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임은 자명하다. 

물론 "공교육 만으로 충분히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과정과 내용뿐만 아니라 입시 제도 전반에 걸쳐 사교육비 절감과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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