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영사관 밖 홍콩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미국 총영사관 밖 홍콩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중국이 미국의 홍콩인권민주주의 법안(이하 홍콩인권법) 발효에 대응해 미 해군의 홍콩 입항 금지라는 강수로 대응했다. 일각에서는 홍콩인권법을 통해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읽기가 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당분간 미국 군함과 함재기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춘잉 대변인은 홍콩 시위대에 대한 지지 의견을 밝힌 비정부기구(NGO)에 대해서도 비자 발급 거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홍콩인권법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이 홍콩인권법 제정을 강행해 중국 내정에 간섭했다며 이번 제재 조치의 기한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응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홍콩인권법 및 홍콩보호법에 서명한 바 있다. 해당 법안에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해 특별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홍콩의 자유를 침해한 인물을 제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타결을 앞둔 미중 무역협상을 의식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유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상·하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법안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빠른 결단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이슈를 부각해 협상 막바지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한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중국이 미 군함 홍콩 입항 금지 및 NGO 제재 등 강경한 대응조치를 취함에 따라 무역협상의 향방도 불분명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기자들과 만나 "(홍콩인권법이 미중 무역협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지는 않는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외교매체 포린폴리시는 2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돌발 조치로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세를 점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할 테면 해보라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홍콩인권법 서명 이후에도 여전히 중국이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홍콩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던 만큼,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을 일종의 ‘엄포’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포린폴리시는 “홍콩 시위는 지난 6월부터 확산됐지만, 트럼프 정부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만약 중국이 홍콩 시위 진압을 위해 탱크를 몰고 온다고 해도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은, 그가 이전에 중국의 권위주의적 지도자 시 주석에게 보낸 찬사와 어긋나 있다”라고 덧붙였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탐 플레이트 교수 또한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인들의 정서 상 홍콩인권법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이룬 것이 무엇인가”라며 “중국의 분노하게 하고, 불굴의 홍콩 시위대들이 미국 개입에 대한 환상을 품게 만든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과거 냉전시대의 봉쇄정책을 중국에 적용해서는 반미감정만 고조될 수 있다"며, 중국이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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