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기억·화해·미래 재단' VS 독일 EVZ 재단 차이는?
문희상 '기억·화해·미래 재단' VS 독일 EVZ 재단 차이는?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12.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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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1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표발의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착상태인 한일 갈등의 유일한 해법이라며 문희상안을 지지하는 반면, 피해자 단체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권 당시 위안부 합의안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 문희상의 ‘1+1+α’ 해결책, 핵심은?

문 의장이 18일 대표발의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수·김진표·김태년·백재현·정성호 의원, 자유한국당 김세연·윤상현·홍일표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정병국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무소속 김경진·서청원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3명이 함께 참여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한일 양국 기업(1+1)과 양국 국민(α)이 기부한 금액으로 재단기금을 조성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범기업과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입은 한국기업이 낸 기부금으로 피해자 및 유족에게 보상한다는 점은 정부안과 동일하지만 여기에 그 외의 기업과 국민들이 낸 민간 성금까지 포함한다는 점은 다르다. 

이렇게 조성된 재단기금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로 지급된다. 문희상안은 피해자가 위자료를 받은 경우, 전범기업이나 일본 정부에 대한 강제집행 청구권 또는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즉, 강제동원 재판에서 승소한 피해자가 일본 기업에게 직접 배상금을 받는 대신, 자율적인 기부를 통해 조성된 기금에서 위자료를 받고 배상책임을 면제하기로 한 것. 

1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 원문 중 일부.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1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 원문 중 일부.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 문희상의 '기억·화해·미래 재단', 독일 EVZ 재단과 다른 점은?

문 의장은 이 법안 독일이 나치 시절 강제노동 피해자들에게 배상한 방식인 기억·책임·미래 재단(이하 EVZ 재단)을 본 뜬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0년 EVZ 재단을 설립한 뒤 정부와 약 6000개의 독일 기업들이 절반씩 부담해 100억 마르크(약 6조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후 EVZ 재단은 7년에 걸쳐 89개국의 강제노동 피해자 165만여명에게 43억유로를 보상으로 지급했다. 

재판을 통한 배상이 아닌 자율적 기부를 통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문 의장의 해법은 EVZ 재단과 유사하다. 또한, 재단을 통해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추가적인 소송 제기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점도 같다. 

다만 독일 정부와 기업이 주축이 돼 재단을 설립하고 기금을 조성하는 것과 달리, 문 의장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과 국민의 기부금까지 섞어 재단 기금을 조성할 경우,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필요 재원에 대한 추정도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의장 측은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확정된 피해자를 포함해 별도 신청을 받을 경우 최대 1500명에게 1인당 2억원씩 총 3000억원의 위자료가 지급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가 파악한 국외 강제징용 피해자는 14만8961명이다. 유가족도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0억원이 아닌 3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상 방식뿐만 아니라 재단을 둘러싼 상황도 다르다. 독일은 EVZ 재단 설립 전 수 차례 나치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아직 위안부,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사과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우선이라는 피해자들에게 ‘자율적’ 기부를 통해 보상하겠다는 문희상안이 설득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기금 조성 과정이 매끄러울 것이라는 보장도 불확실하다. 독일 EVZ 재단과 문희상안 모두 기업의 기부를 강제하지 않지만, 독일의 경우 상당한 국제적·정치적 압력이 존재했기 때문에 기금 조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세계 각지에 흩어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며 소송 의지를 밝혔고, 미국 등 주요 국가 내에서도 독일 기업들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았기 때문. 피해자들의 줄소송으로 인해 나치 전쟁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계속될 경우 국제 여론이 악화해 보이콧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한 독일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EVZ 재단 기금 조성에 참여했다. 

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국제 여론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전범기업들이 기부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문희상안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강제할 규정이 없다. 피해자들이 재단을 통한 보상을 거부하고 일본 전범기업들의 직접적인 배상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법적 소송에 대한 안전장치 없이 일본 전범기업들이 기부에 참여할 유인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친일 문희상법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친일 문희상법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 반발, 日 반응은 긍정적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들은 문희상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재단을 통한 보상이 ‘배상금’이 아닌 강제징용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규정됐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제징용 사건 소송을 대리한 변호인단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들은 18일 성명을 내고 “문희상안은 자발성을 전제로 하는 ‘기부금’이라는 용어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면제시켜주고 있다”며 “문희상안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청산하는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아베규탄시민행동,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등 시민단체들도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으로 만들어질 ‘기억·화해·미래 재단’은 독일 나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기억·책임·미래 재단’의 이름을 차용했으나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는 말을 빼버렸다”며 “문희상 의장과 법안을 공동 발의한 의원 13명은 결국 역사에 오점으로 자신의 이름을 남겼음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측은 문희상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쿄신문은 19일 사설에서 “피해자들이 기금에서 위자료를 받으면 일본 측에 대한 청구권은 포기하게 된다”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징용공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형태”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이어 문희상안이 한일 관계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의장 또한 지난달 일본 순방을 마치도 돌아와 “일본 정계가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전범 기업부터 하나도 안 빼고 참여 의사가 있다”고 일본 측 반응을 전했다. 

한편 문희상안에 대한 국내 여론은 여전히 엇갈리는 상태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44.4%로 찬성(32.6%)보다 11.8%p 높았다. 반면 국회의장실이 12월 11~13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찬성이 53.5%로 반대(42.1%)를 11.4%p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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