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31진으로 파병될 왕건함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해부대 31진으로 파병될 왕건함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을 파병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미-이란 갈등의 불똥이 한국으로 튀는 모양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KBS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를 구성하자며 한국의 동참을 요청해왔으나, 주한미국대사가 공식적으로 파병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파병 요청을 두고 청와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북핵문제 및 방위비 협상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파병 요청을 수락하면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 및 국내 반발 여론 등을 감수해야 한다. 자칫 우리 선박이나 항공기, 해외 거주민이 테러 조직의 목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내정치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국방위원회 간사는 7일 “최근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해당 사안은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개월째 이어진 국회 파행을 고려할 때 비준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10일 국회를 통과한 청해부대 파병연장 동의안 내용 중 일부.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지난달 10일 국회를 통과한 청해부대 파병연장 동의안 내용 중 일부.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 국회 비준, 병력증원·임무변경 여부가 관건

그렇다면 백 의원의 주장대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할까? 현재 정부는 공식적으로 “파병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파병을 결정할 경우,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수행 중인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청해부대)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청해부대는 연합해군사령부 대해적 작전부대(CTF-151)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현재는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400톤급)이 작전을 수행 중이며, 지난달 27일 임무 교대를 위해 왕건함(4400톤급)이 부산항을 떠났다. 이달 말 왕건함이 아덴만에 도착하기 전 파병이 결정되면 왕건함의 목적지도 호르무즈 해협으로 변경된다. 

백 의원은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배치한다고 해도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백 의원은 “작년 7월 국방부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해부대의 정원 및 임무를 변경할 때 반드시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방부는 지난해 관련 문제에 대한 백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기존 청해부대 파견연장 동의안에 명시된 320명보다 파견 인원을 늘리거나 다른 임무를 맡게 되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정부는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배치하는 것에 국회 비준이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시킨다 해도 임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 국방부에 따르면, 청해부대의 공식 임무는 ▲한국 및 타국 선박의 안전호송과 안전항해 지원을 통해 국제 해상 안전과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연합해군사 및 유럽연합(EU)의 해양안보작전에 참여 등 세 가지다. 정부는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수행해야 할 임무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10일 국회를 통과한 청해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에는 파견지역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뿐만 아니라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즉, 청해부대의 작전지역 변경에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단, 청해부대의 병력을 증원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동의안은 파견부대 규모를 4000톤급 이상 구축합 1척(LYNX 헬기 1대, 고속단정 3척 이내 탑재) 및 인원 320명 이내로 규정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작전 환경은 아덴만보다 더욱 복잡하고 위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안전한 작전 수행을 위해 작전 헬기나 병력 추가가 불가피할 경우, 백 의원의 말대로 국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임무 해석의 문제도 남아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해부대의 목적은 해적 퇴치와 교민 보호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하는데 호르무즈 해협에 해적이 있나?”라고 반문하며, “12월에 파병된 그 목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가서 이란을 상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국회에서 청해부대의 임무 변경 여부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린다면 파병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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