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인 가구'가 위험하다
코로나19, '1인 가구'가 위험하다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1.10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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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소득, 지출 및 소비성향 추이.(단위: 원, %) 자료=통계청
1인 가구의 소득, 지출 및 소비성향 추이.(단위: 원, %) 자료=통계청

지난 2월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우리 사회가 배운 뼈아픈 진실이 있다면 바로 “질병은 가난한 자를 먼저 찾는다”는 것이다. 낮은 의료서비스 접근성,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주거환경, 밀집된 근로환경, 불안정한 소득,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인해, 감염병에 따른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더욱 집중됐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취약계층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수는 614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0.2%를 차지한다. 이미 1인 가구는 한국의 가장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잡은 셈이다. 

◇ 1인 가구, 불안정한 고용·주거로 코로나에 취약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1인 가구의 현실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1인 가구의 특성 상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로부터 다인 가구보다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코로나19 이후 1인 가구의 소득 변화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올해 2분기 평균 소득은 233만891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들었다. 2인 이상 가구의 소득(527만2000원)이 같은 기간 4.8% 증가한 것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또한 1인 가구의 2분기 가계 지출(180만775원)도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해 소득 감소폭보다 더 많이 줄어들었다. 다인 가구 지출이 재난지원금 등에 힘입어 1분기 -4.9%에서 2분기 1.4%로 반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모두 정부의 재난지원금 등으로 힘든 시기를 버텨냈지만, 소득에 차이가 있는 것은 두 가구 형태의 특성 때문이다. 1인 가구는 대부분 20대 청년층이나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고정된 일자리보다는 단기 아르바이트 등에 의존한다. 주거형태 또한 자가나 전세보다는 월세 가구 비중이 높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대면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이들이 바로 1인 가구의 구성원들이었던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인 가구의 67.4%(228만 가구)는 불안정 직업군에 종사하며,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가 용이한 안정 직업군 종사자는 27.5%(93만 가구)에 불과했다. 게다가 주거 형태 또한 월세 비중이 48.2%(271만 가구)로 거의 1인 가구의 절반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할 경우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잠시 쉬는 여유를 갖기에는 당장 주거비용의 압박이 큰 1인 가구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자료=KB금융경영연구소
자료=KB금융경영연구소

◇ 외부 활동 줄어든 1인 가구, 사회적 고립 심각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경제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다인 가구와 달리 홀로 팬데믹 시기를 버텨내야 하는 1인 가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실제 KB금융경영연구소가 9일 발표한 ‘2020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인 가구들은 주된 여가활동으로 TV·모바일 영상 시청(70.5%)을 꼽았다. 이는 ‘영화관’ ‘번화가 쇼핑몰 걷기’ 등 집 밖에서 하는 행동의 비중이 높았던 지난해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활동을 살펴봐도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장 많이 줄어든 실내 활동으로 ‘가족·친인척 방문’(21.6%)을 꼽았다. 실외 활동에서도 ‘극장·공연장’(42.9%), ‘오프·지인모임’(37.0%) 등 타인과의 만남이 수반되는 활동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홀로 사는 1인 가구로서는 외부 활동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회가 상당히 축소됐다는 것이다.

실제 1인 가구가 느끼는 불안감도 상당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59.0%가 “코로나19가 내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코로나19에 걸리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는 응답도 71.6%였다. 

자료=KB금융경영연구소
자료=KB금융경영연구소

◇ 1인 가구의 '고립', 생명과 직결된 문제

특히 고령층 1인 가구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은 자칫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실제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 2016년 735명에서 지난해 1145명으로 3년 만에 56%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령층 1인 가구에 대한 안전망이 부실해진다면 이런 추세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실제 고령층의 정신건강은 코로나19로 인해 위험에 직면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와 보건복지부 자료, 통계청 통계 등을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 블루(우울증) 조사에서 60대 남성과 70대 여성은 각각 20.6점, 19.6점으로 전체 평균(17점)에 비해 높은 우울증 의심증세를 보였다. 

고령층 1인 가구의 심각한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도 코로나19 이후 기능을 멈췄다. 9월 기준 전국 노인복지관 394개소 중 운영 중인 곳은 겨우 10개소에 불과하며 나머지 97.5%는 휴관 중이다. 약 6만7000개의 경로당 또한 76.5%가 휴관 중이다. 요양보호사들 또한 감염을 우려한 방문 거절로 인해 고령층 1인 가구를 돌보는데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인해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끝나도 1인 가구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1인 가구에게 남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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