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논쟁, 언론이 지역갈등 대리전?
영남권 신공항 논쟁, 언론이 지역갈등 대리전?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1.2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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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부산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부산시

정부가 지난 2016년 발표된 김해신공항 추진계획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영남권 신공항 논쟁이 재발하고 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을 김해신공항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목소리가 당정을 중심으로 흘러나오면서 정계뿐만 아니라 지역 여론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뉴스로드>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중앙일간지 및 지역 언론이 영남권 신공항 이슈를 어떤 방식으로 보도했는지 되짚어봤다.

 

17일 국무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정을 발표한 뒤 일주일간 '영남권 신공항'은 언론과 SNS, 커뮤니티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자료=스피치로그
17일 국무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정을 발표한 뒤 일주일간 '영남권 신공항'은 언론과 SNS, 커뮤니티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자료=스피치로그

◇ 일주일간 타올랐던 영남권 신공항 논쟁

영남권 신공항 논쟁이 정계 일부의 설화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피치로그’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언론·SNS·커뮤니티를 통틀어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코로나와 윤석열 검찰총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해당 키워드들이 수개월 간 상위권에 자리한 점을 고려하면,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적 이슈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가덕’(8위), ‘신공항’(11위) 등 영남권 신공항 문제다. 

실제 영남권 신공항 논쟁은 언론·SNS·커뮤니티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 키워드 순위에서는 신공항(8위), 가덕(10위), 김해신공항(14위)이 상위권에 올랐고, 커뮤니티 키워드 순위에서도 가덕과 신공항이 각각 4위와 7위에 올랐다. 다만 SNS 키워드 순위에서는 가덕이 비교적 낮은 17위를 기록했다.

여론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일주일간 쏟아진 기사량도 상당했다. 빅카인즈에서 지난 17~24일 8일간 ‘신공항’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를 검색하자 총 1434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검증위 발표가 나온 17일에만 54개 매체에서 367건의 기사가 보도됐고 주말인 21~22일 기사량이 줄어들다 23일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192건까지 기사량이 다시 증가했다.

 

17일~24일 보도된 영남권 '신공항' 관련 기사량 추이. 자료=빅카인즈
17일~24일 보도된 영남권 '신공항' 관련 기사량 추이. 자료=빅카인즈

◇ 언론, 표심 따라 흔들리는 정책 비판

영남권 신공항 관련 보도와 연관된 핵심 키워드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다. 실제 다수의 언론은 여권이 가덕도 신공항 이슈를 거론하는 것은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로 얼룩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향신문은 17일 사설에서 “여권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기존 국책사업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논리로 국책사업을 뒤집는다면 정책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쌓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가덕도 신공항 지지론에 대해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다 후년 대통령 선거 표심까지 의식한 포석”이라며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은 신공항사업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심용 도구로 이용되기엔 너무도 중요하고 국가 미래에 미칠 영향이 심대한 국가대계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선거를 의식해 명확한 당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야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신공항 문제에 대해 처음엔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가 역풍을 맞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며 “부산시장 선거가 급하다 보니 야당도 비판 정신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신공항' 관련 언론 보도의 핵심 키워드. 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띤다. 자료=빅카인즈
'신공항' 관련 언론 보도의 핵심 키워드. 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띤다. 자료=빅카인즈

◇ 부산·경남 언론, “닥치고 가덕도 반대? 소아병적 발상”

영남권 신공항 논란의 당사자인 대구·경북 및 부산·경남 언론들의 반응도 천양지차다. 부산·경남의 지역 언론들은 가덕신공항 계획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타 지역의 반대 여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22일 편집국 이름으로 “닥치고 가덕신공항 반대, 그 이면의 속셈”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수도권 언론이 ‘닥치고 가덕도 반대’를 외치는 이유는 뻔하다”며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국토부내 항공 마피아, 국적항공사, 수도권 언론으로 끈끈하게 엮어진 고리가 분산될 경우 광고, 기사 및 사업 협찬 등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언론사의 이익에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여론에 대해서도 “김해신공항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TK에서는 가덕신공항 부활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영남권 대표 관문공항으로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방해물로 생각하는 것으로 읽히나 소아병적인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가덕신공항 계획과 관련해 명확한 당론을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야권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쳤다. 부산일보는 20일 “수도권 논리 펼치는 국민의힘 지도부, 현 상황 진단·파악 안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반발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대부분 수도권 언론 논리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며 “‘지역을 외면한 수도권 정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해 신공항 계획도(ADPi 안). 자료=국토교통부
김해 신공항 계획도(ADPi 안). 자료=국토교통부

◇ 대구·경북, “가덕신공항 건설되면 TK통합신공항은 동네공항 전락”

반면 영남일보, 매일신문, 대구일보 대구·경북 언론도 영남권 신공항 논쟁과 관련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정부의 방향이 바뀔 경우 현재 추진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대구·경북 언론은 자칫 중부권 거점 공항으로 추진해온 통합신공항의 잠재적인 물동량이 가덕도 신공항으로 이동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17일 사설에서 “만약 가덕도 신공항이 구체화한다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동네공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전액 국비로 지원되는 국제공항과 기부 대 양여 방식의 자비로 충당하는 공항 간 시설과 인프라 수준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남일보는 이어 “통합신공항의 정부지원 명분을 쌓으려면 전략적으로라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다”며 “그래야 활주로 길이도 늘리고 공항건설 자금이 부족할 때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후적지 개발에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일신문은 18일 사설에서 “이미 결론이 난 국가적 사업을 뒤집고 지역 갈등을 격화시킨다는 비판론의 정중앙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백지화에 대한 사과나 설명도 없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며 “참을 수 없는 침묵”이라고 비판했다. 19일 사설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하는 여당에 대해 “국가 백년대계를 도외시한 채 당리당략만 생각하는 입법 독재이자 폭주”라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집권 세력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원칙과 법적 정당성 따위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적극 반발하지 않는 야당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영남일보는 23일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들은 민주당 2중대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연내에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20일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 15명 전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영남일보는 이어 “표를 얻기 위해선 ‘영혼을 팔거나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는 하나 이건 아니다”라며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4년 전 박근혜정부 당시 결정됐던 김해공항 확장에 힘을 싣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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