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유자금을 갖춘 예비 자산가들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자칫 빈부격차가 더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0.51%(13.99포인트) 오른 2745.44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275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코스피는 3월 한때 1400대까지 내려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순차적으로 발표되면서, 불확실성을 우려해 안전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점차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여유자금을 굴려 계층의 사다리를 오르려는 예비 자산가들의 자산구성에서도 점차 주식 비중이 상승하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은 6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대중부유층(Mass Affluent)의자산관리와 디지털 금융 이용 행태’ 보고서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연구소는 소득 상위 10~30%, 세전 연소득 7000만원~1억2000만원인 가구를 ‘대중부유층’으로 정의하고, 기준에 포함되는 전국 40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대중부유층의 평균적인 총 자산은 7억6500만원(부채 1억1900만원)으로, 부동산자산 6억900만원(76.6%), 금융자산 1억2600만원(18.9%)으로 구성됐다. 부동산 편중 현상은 여전하지만, 증가율로 따져보면 금융자산의 약진이 눈에 띤다. 대중부유층의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24.1%(2400만원)나 늘어나 부동산 자산 증가율(14.3%, 7600만원)을 넘어섰다.

◇ 증시 활황 타고 늘어난 주식 비중 

엄청난 집값 상승세에도 금융자산 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사실은 대중부유층이 지난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증시 활황세의 덕을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올해 대중부유층의 자산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주식 비중의 상승이다. 실제 대중부유층의 금융자산 중 예적금 비중은 45.0%로 전년 대비 5.0%포인트 감소한 반면, 주식 비중은 15.4%로 3.0%포인트 증가했다.

주식 비중의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대중부유층은 향후 3~5년 내 예적금 비중을 42.3%까지 줄이고 주식 비중은 17.1%까지 늘리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주식 비중을 1.0%포인트 줄이겠다고 응답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연구소는 “대중부유층의 투자성향은 지난해에 비해 위험을 보다 많이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는 시중금리가 낮아져 이전 수준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위험감수가 불가피해진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지난해 3분기 1.59%에서 1년 만에 0.85%까지 급락했다. 단순한 저축만으로는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화된 것. 실제 지난해 조사에서 약 60%를 차지했던 안정형과 안정추구형은 올해 42.1%까지 줄어든 반면, 적극투자형과 공격투자형 비중은 33.7%로 전년 대비 10%포인트나 늘어났다.

자료=KB금융경영연구소
자료=KB금융경영연구소

◇ 적극적인 부자들, 위험자산 선호↑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은 국내, 또는 대중부유층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가 넘는 세계 고자산가(HNWI)의 자산 구성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분기 26.1%에서 올해 1분기 30.1%로 늘어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제치고 최대 비중이 됐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국내 ‘부자’들 사이에서도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자들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3.5%에서 2020년 14.5%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유망한 금융투자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주식(61.6%)을 꼽는 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반적인 투자성향도 좀 더 위험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 스스로를 안정지향형으로 규정한 ‘부자’는 2011년 67%에서 2020년 46.8%로 감소한 반면, 8.8%에 불과했던 적극지향형은 22.3%로 늘어났다. 거주주택을 마련하는 것보다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기회를 선호하는 비중도 23.5%에서 32%로 증가했다. 

◇ 상승장 뒤에 심화되는 빈부격차

부자, 또는 예비 부자들이 여유 자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배경에는 저금리, 증시 활황, 백신 개발에 따른 코로나 종식 기대감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특히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전 세계적인 양적 완화 정책은 주가를 부양해 자산가들의 눈길을 증시로 돌린 가장 큰 요인이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결국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는데, 이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가 결국 부유층의 자산만 키우고 정작 저소득층의 상황은 개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근로·사업소득은 제자리걸음 중인데, 이와 괴리된 증시 활황세로 여유 자금을 갖춘 부자들은 더 큰 돈을 벌고 있다는 것. 

코로나 시대의 빈부격차 확대 경향은 통계적 수치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88배로 전년 동기 대비 0.22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상위 20%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하위 20% 가구보다 4.88배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정작 여유자금이 부족한 저소득층에게는 소용이 없다고 지적한다. 딜런시 웰스 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아이보리 존슨은 지난 8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제공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한 안전망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제한적인 영향력을 가질 뿐”이라며 “무엇이 공정하고 효과적인 정책인지 질문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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