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강민정 의원실
2019~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점수 비교. 자료=강민정 의원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강제되면서 교육 격차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다수 나오고 있다. 자칫 교육 양극화 문제를 방치할 경우 성장 핵심인 인적자본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 또한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오는 14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양종삼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교육격차가 심화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격차 해소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문조사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권익위가 공개한 민원 내용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제공되는 교육컨텐츠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온라인 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정해진 시간을 통해 출석을 부르고 대화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현실은 원격수업이라는 이름하에 아이 스스로 유튜브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코로나19, '학습 중간층'이 무너진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시험 점수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점수를 분석한 결과 모든 영역에서 상위권(90점 이상)과 하위권(40점 미만)비중은 늘어난 반면 중위권(60점 이상 90점 미만)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수학(나)형의 경우 상위권 비율은 2019학년도 1.93%에서 2021학년도 7.40%로, 하위권 비율 또한 42.69%에서 50.55%로 크게 증가했다. 응시자의 절반 이상이 40점 미만을 받을 정도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 

학력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은 학부모와 교사들도 느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8월 4010명의 교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면수업에 비해 원격수업의 질이 낮다고 평가한 교사는 83%, 원격수업의 가장 큰 단점으로 ‘학습 격차 심화’를 꼽은 교사는 61.8%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각 30명, 일반시민 1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에게 질문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참여단 중 96%가 코로나19 이후 학습격차가 심각해졌다고 응답했으며, 학업수준과 경제사정, 지역, 온라인 학습 인프라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학습격차가 확대됐다는 인식이 80~90%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부모가 학교 온라인 수업 및 과제를 주로 도와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상/하위층 학생 간에 큰 격차를 보인다. 자료=경기도교육연구원
"부모가 학교 온라인 수업 및 과제를 주로 도와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상/하위층 학생 간에 큰 격차를 보인다. 자료=경기도교육연구원

◇ 비대면 수업에서 더욱 부각되는 계층 격차

코로나19로 인해 교육격차가 확대된 이유는 대면 수업의 부재로 인해 학습 환경의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면수업을 통해 교사·급우와 소통할 기회마저 사라진 코로나19 시대에 이러한 격차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당장 온라인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보유하지 못했거나,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보장받기 어려운 학생의 경우 성적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코로나19와 교육: 학교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층 학생 중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하고 있다는 응답은 6.2%에 불과한 반면, 하위층은 22.6%로 큰 격차를 보였다. 디지털 기기가 낡아서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응답도 상위층은 11.5%, 하위층은 29.3%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경제적 사정이 넉넉해 보호자가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도 교육격차 확대에 영향을 미친다. 상위층 학생 중 33.3%는 부모가 학교 온라인 수업 및 과제를 도와준다고 답했지만, 하위층은 14.9%에 불과했다. 둘 모두 혼자 해결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지만, 비율은 상위층 44.6%, 하위층 58.4%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 스스로도 코로나19 이후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교육과미래연구소는 연구진은 수도권·강원지역 19개 학교 87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9학년도 2학기와 2020학년도 1학기의 감정과 신체활동, 학습패턴 변화를 조사해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에 대해 상위층은 3.08점에서 2.99점으로 0.09점 하락했다고 답한 반면, 하위층은 2.63점에서 2.48점으로 0.15점 하락했다고 답했다. 하위층 학생일수록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습능력 저하를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 중·고등학생과 달리 초등학생은 아직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이해와 적응이 부족한 만큼 격차도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 조희연, "새해 목표는 학습 중간층 복원"

이처럼 여러 지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교육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이 확인되자, 정부와 지자체도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약계층들의 교육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일방향의 강의가 아니라 실시간 양방향의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발전시키고, 비대면 수업에 접근하지 못하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또한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적 중위권을 의미하는 ‘학습 중간층’이 얇아지고, ‘성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며 “ 얇아진 ‘학습 중간층’을 복원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를 위해 교실·학교·마을의 3단계 학습안전망을 구축하고 기초학력 협력교사를 공립초등학교 및 전체 중학교에 배치하는 한편, 자유학년제를 도입해 기본학력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보건과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부문에도 심각한 상흔을 남겼다. 지난 1년간 악화된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고민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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