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
  • 정연권
  • 승인 2021.03.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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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

 

풍덩풍덩 새봄 기운이 바다를 건너간다. 화신풍(花信風)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인다. 따스한 바람은 겨울잠을 깨우고 기지개를 키게 한다. 파란 하늘빛을 안고 대지를 감싼다. 따스한 숨결이 서해의 외로운 섬, 풍도에 안착하여 보금자리를 잡는다.

변산바람꽃에게 바턴을 받은 새로운 바람꽃이 피어난다. 비슷비슷 하지만 조금은 다른 ‘풍도바람꽃’이 우아하고 사랑스럽다. 가냘프고 야리야리한 꽃대에 하얀 꽃이 흔들거린다. 차가움이 섞여있는 바람에 가냘프게 흔들린다. 애틋한 한(恨)이 묻어나 보인다.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허전함과 고독도 가득하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새하얀 꽃받침이 눈부시게 곱다. 우아하고 찬란한 아름다움이다. 우아한 방랑자인가. 고결한 귀부인인가. 경계가 모호해서 더욱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학명부터 살펴본다. Eranthis pungdoensis B.U.Oh 으로 속명 에란티스(Eranthis)는 라틴어 봄(er) 꽃(anthos)의 합성어로 ‘봄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바람꽃속(Anemos)과 다른 너도바람꽃속(Eranthis)이다. 종소명은 최초발견지인 풍도이다. 명명자는 오병윤이다. 2009년 변산바람꽃의 신종으로 학계에 알려졌고, 2011년 1월 27일 ‘풍도바람꽃’으로 정식 명명되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됐다.

풍도바람꽃이 최근에 생겨난 것이 아닌데 이제야 학명이 붙여진 것은 식물학자인 오병윤교수의 세밀한 조사와 관찰 결과이다. 식물분류학회지(제39권 2호)에 의하면 풍도바람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꽃받침이 변산바람꽃 보다 조금 크다. 또한 변산바람꽃은 꽃잎이 퇴화해 꿀샘(蜜腺)이 2개로 갈라져 U자형의 깔때기 모양이고, 풍도바람꽃은 꿀샘이 V자형 모양이라고 한다.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초장은 10cm정도로 앙증스럽게 작다. 꽃으로 보이는 것은 역시 꽃받침이다. 개화기는 3월 초순으로 새봄을 알려주는 전령사로서 풍도에만 서식하는 대한민국 특산식물이다. 지구상에 풍도에만 있다는 특별한 야생화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고마워서 잘 지켜주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풍도는 아프고 슬픈 섬이다. 이름을 탈취 당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단풍나무가 많아 풍도(楓島)였는데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풍도(豊島)라고 개명 하였다고 한다. 풍도 앞바다에서 벌여진 전쟁에서 아름다운 이름을 빼앗겼다.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원래이름을 찾지 않는 여유는 무었지 알 수가 없다. 아름다운 단풍보다 풍요로움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했던 것인가. 그래서인지 모르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야생화 천국이 되었으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

 

꽃말은 ‘덧없는 사랑’ ‘비밀스런 사랑’ ‘기다림’이라고 한다. 비밀스런 사랑과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은 변산바람꽃과 같다. 기다림은 의미가 깊고 크다. 외로운 섬에서 무었을 기다리는가. 사랑하는 사람인가. 따스한 봄인가.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은 가혹하다 따스한 새봄과 함께 사랑도 같이 오면 좋지 아니한가...

서해의 외로운 풍도는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 이였으리라. 사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사랑을 기다렸다. 그러고 따스하고 찬란한 봄을 기다렸다. 통통하게 살찐 물고기가 몰려오는 풍어이기를 기다렸고 가을 단풍을 기다렸다. 기다림과 기다림의 과정에서 사랑은 이름답게 익어갔다. 풍도는 우아한 풍도바람꽃을 비롯하여 수많은 아름다운 야생화 천국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제 풍도(豊島)를 풍도(風島)라 부르고 오랜 기다림의 미학이 완성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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