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수단별 투자심리 추이. 자료=컨슈머인사이트
재테크 수단별 투자심리 추이. 자료=컨슈머인사이트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풀린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가 계속되자 ‘주식 투자’가 가장 선호되는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최근의 상승장을 그동안 부동산에 쏠려있던 가계자산 구성을 개선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 주식 선호심리, 부동산·예적금 제치고 1위

리서치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매주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주례 소비자 체감경제심리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주식 권유율은 36.9%로 부동산, 예적금, 가상화폐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예적금 ▲주식/펀드 ▲부동산 ▲가상화폐 등 4가지 자산관리 방법에 대한 선호심리를 알아보는 것으로, “가족·친구가 재테크를 위해 4가지 중 하나에 투자하려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권유·중립·만류 중 하나를 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 26개월간의 변화를  분기별로 정리했는데, 주식 투자를 권유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9년 1분기 14.3%에서 올해 2월말 36.9%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들어 주식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화되기 시작했는데, 2020년 1분기 15.7%였던 주식 권유율은 2분기부터 18.7%→26.0%→28.4%로 급격히 상승했다.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선 뒤 횡보 중인 올해 들어서도 주식 권유율이 36.9%까지 올라 투자심리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음을 입증했다. 

반면 부동의 1위였던 안전자산 ‘예적금’에 대한 선호도는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유동성 장세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으로 투자심리가 옮겨가고 있기 때문. 실제 2019년 1분기 56.5%였던 예적금 권유율은 올해 들어 36.3%까지 하락하며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주식’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또한 부동산 권유율이 주식 권유율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부동산 권유율은 2019년 1분기 15.7%로 주식과 비슷했지만, 4분기에는 29.0%까지 치솟으며 주식(12.8%)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집값 상승으로 내집 마련의 꿈을 영영 이루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영끌’해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들어서는 각종 부동산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했다. 특히 정부가 2019년 12월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강화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 들어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었고,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이 막혀 있는 부동산 시장 대신 증시로 유입된 것. 이 때문에 부동산 권유율은 올해 2월말 기준 32.7%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 20대 청년층 증시 유입, 12%27% 급증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다른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12~1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펀드를 제외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로 지난해 8월(21%) 대비 8%p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12%에서 27%로 두 배 이상 늘어나, 코로나19 이후 청년층 상당수가 증시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거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역대급 상승장만을 경험한 ‘주린이’들이 신중하지 못한 투자결정으로 자칫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신용대출까지 활용한 ‘빚투’가 유행하면서, 향후 금리 상승 시 개인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최근의 주식투자 열풍을 가계자산 포트폴리오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주식투자 열풍과 공매도 논란의 의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1~9월 중 가계부채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나 상당 부분이 주택가격 급등 및 거래량 확대, 생계 및 운영자금 수요 등에 기반하고 있다”며 “가계 자금 운용 규모도 급증해 주식시장 내 자금유입 확대를 ‘빚투’ 열풍으로 해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어 “가계 주식투자가 단기간에 크게 증가했지만 주로 금융자산 확대에 기인하고 대기성자금 규모가 상당한 점을 고려할 때 추가 자금유입 여력도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개인들의 주식투자 확대는 부동산 중심의 과도한 자산쏠림을 완화시켜줄 수 있고 자금유입 지속 시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 유형별 가구당 보유액 및 구성비.(단위: 만원, %, %p) 자료=한국은행
자산 유형별 가구당 보유액 및 구성비.(단위: 만원, %, %p) 자료=한국은행

국내 가계자산 구성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통계청·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국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23.6%로 실물자산(76.4%)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자산 비중이 60~70%에 달하는 미국·일본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자산 구성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쏠리면 향후 저출산·저성장·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 경우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산가격 변동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산구성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위원은 “국내 가계자산 내 부동산 비중은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고 금융자산의 경우 과도한 실물자산 쏠림에 따른 보수화로 현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집중돼 있다”며 “혁신금융,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한 제도 보완 및 확충을 통해 가계 잉여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다만 개인들의 과도한 위험추구에 따른 손실 경험은 오히려 주식시장 내 중장기 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론이 부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과거 펀드 열풍 이후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펀드시장 위축이 회복되지 않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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