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각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박영선·오세훈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 선거전의 핵심 이슈인 부동산 정책에 유권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로드>는 여야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을 정리·비교해봤다.

◇ 오세훈, 규제 풀고 ‘민간’ 주도 30만호 공급

5대 공약의 첫 머리에 ‘스피드 주택공급’을 올려 둘 정도로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은 ‘민간주도’와 ‘탈규제’로 요약할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가로막았던 기존 규제를 완화해 민간 중심의 주택공급을 촉진함으로서, 최대 36만호의 물량 폭탄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 

실제 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살펴보면 ▲구역지정 기준완화를 통한 재지정 촉진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 해제 ▲국가법령 대비 30~100% 낮게 설정된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제2종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기타 서울시 내부지침 및 기본계획 등 규제 폐지 등 기존 규제를 완화하거나 전면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오 후보는 규제 혁파로 재건축·재개발을 정상화해 민간분양주택 18.5만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 후보는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은 제도개선만으로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재원이 필요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서는, 서울시가 민간 토지를 빌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주택 건설을 맡기는 방식으로 ‘상생주택’ 7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토지를 공급한 민간에는 임대료 및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임차인과는 장기전세계약을 체결해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 오 후보는 또한 소규모 필지 소유자가 공동개발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 이상이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3만호 규모의 도심형 타운하우스(모아주택)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공급계획도 계승할 방침이지만, 규모는 11만호에서 7.5만호로 축소된다. 오 후보는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가능한 기존 기조를 유지해 공공주도의 공급물량 확대라는 소기의 성과를 완성하겠다”면서도 “공공재개발 및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돼 시장의 저항이 큰 만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소폭의 제도 개선과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영선, ‘공공’ 주도 30만호 공급., 규제 완화도 약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내놓은 10대 서울선언 중 절반이 부동산과 관련된 것일 정도로 부동산 공약에 힘을 쏟고 있다. LH사태로 인해 여당을 향한 민심이 악화된 만큼 설득력 있는 부동산 공약을 통해 표심을 반전시키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다만 박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오 후보와는 달리 민간이 아닌 ‘공공’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박 후보는 시유지·국유지에 서울형 지분적립형 주택 등 공공자가·임대주택을 도입해 평당 1천만원 수준의 고품질 공공주택을 총 30만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집값의 10% 이상을 낸 뒤 입주 후 남은 금액을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박 후보는 당장 올해는 서울시 세출 예산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국토부 국비보조금을 확보해 내년 이후에도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공공 주도의 공급정책인 만큼 1·2인 가구 맞춤형 주택 및 30대 여성안심 주택 등 취약계층을 배려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년층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월세 보증금 무이자 지원, 최저주거기준 주택 개선자금 지원 등의 대책도 약속했다. 

박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상향하고 35층 층고 제한도 완화하겠다는 등 오 후보와 마찬가지로 규제 완화에 대한 공약도 제시했다. 다만 여기에도 ‘공공’에 대한 강조가 빠지지 않았다. 우선 층고 제한의 경우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완화할 곳을 지정하고 그에 따른 혜택을 서울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건축·재개발 또한 필요시 부분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공커뮤니티’ 개념이 적용된 방식을 고수했다. 박 후보는 “저도 재개발·재건축 찬성한다. 하지만 제대로 잘 해야 한다. 무분별한 재개발과 재건축은 또다시 투기를 낳고 서민들의 갈 곳을 빼앗는다”고 설명했다. 

◇ 여야 후보 부동산 공약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는?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미묘하다. 30만호, 36만호 등 거창한 공급계획을 내세웠지만 당장 1년 임기의 서울시장이 실현시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장 권한으로 풀 수 없는 문제를 약속하거나,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 부재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경우 두 후보 모두 일정 부분 풀어야한다며 같은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중앙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확약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공시지가를 동결(오세훈)하거나 상승률 10% 이내로 제한(박영선)하겠다는 공약도 국토교통부의 권한이지 지자체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오 후보의 경우, 부동산 공약이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로 회귀한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집 걱정없는 서울 만들기 선거네트워크(서울넷)’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4·7서울시장 보궐선거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보고서에서 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집값 안정 ▲자산불평등 완화 ▲세입자 보호 강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무엇보다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재개발 활성화는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된 뉴타운 정책과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민달팽이유니온 김솔아 위원장은 “오 후보가 과거  뉴타운·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용산참사의 비극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과도한 주택 개발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부작용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며 “‘세입자의 도시  서울’에서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권 확대, 임대료 상한율 제한 등 세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을 오 후보의 공약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의 경우 부동산 공약이 전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약의 근거가 되는 현황과 문제점도 제시되지 않은 데다, 세부적인 추진 계획 또한 전혀 나와 있지 않다는 것. 최근 정부·여당 지지도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이 집값 상승임을 고려할 때, 부동산 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값아파트(공공주택 30만호) 공약의 경우 주택분양대금을 낮추는 등 민간 주도의 공급정책 대비 집값 안정 효과가 분명하지만, 대규모 택지가 고갈된 서울에서 시행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건축 비용, 이주비용, 원주민 이주 기간, 건축의 질 등 다양한 요소를 모두 고려할 때, 이미 토지가 확보된 곳에서 일부 공급이 가능할 뿐 ‘5년 내 30만호 공급’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것. 

서울넷은 “사실상 여·야 2파전으로 치루어지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후보나 오 후보 모두 경쟁적으로 대량의 주택 공급 계획을 제시하지만 인구가 과밀하게 집중된 서울시에서 공공주도이든 민간주도이든 5년 내에 수십만호의 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많지 않다”며 “두 후보 모두 과도한 주택 개발 공약으로 서울시 전역이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는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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