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엄마는 아빠의 발명품을 살펴봤다. “내 차 열쇠가 어디 있지?”

기계는 잠시 웅성거리더니 녹색 문자로 답을 표시했다. "현관 옆 바구니에."

미국 작가 산드라 맥도널드의 SF소설 Lost and Found의 한 장면이다. 작품 속 챗봇은 개발자가 병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뒤, 개발자의 인격이 부여된 듯 듣는 이의 감동을 자아내는 답을 내놓기도 한다. 챗봇이 디지털휴먼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연상하게 한다.

◇디지털휴먼과 챗봇, 다른 점은?

바이두가 구현한 디지털휴먼. / 사진=칸차이왕

디지털휴먼은 실제 사람처럼 행동하는 가상인물을 일컫는다. 최근에는 극사실주의 CG(컴퓨터 그래픽)와 AI 기술로 만들어 형태가 있는 디지털휴먼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스캐터랩의 ‘이루다’는 디지털휴먼보다는 챗봇에 가깝다. 만화 캐릭터 모습을 띄기 때문이다.

개발사들은 CG, AR 등 저마다 자신 있는 기술을 동원해 디지털휴먼의 외관을 만든다. 인격을 구축하는 데에는 공통적으로 AI 기계학습 기술을 도입한다.

지난 3일 중국 과학전문지 칸차이왕에 따르면, IT기업 바이두는 최근 인물사진 한 장만 입력하면 디지털휴먼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했다. 2019년에는 금융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휴먼도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 1월 프로게이머 페이커 선수와 빼닮은 디지털휴먼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디지털휴먼을 향후 광고나 동영상 콘텐츠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휴먼 대중화, ‘불쾌한 골짜기’ 해소가 관건

사진=3D 애니메이션 폴라익스프레스 스틸컷

IT기업들이 디지털휴먼 개발에 뛰어든 까닭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앞서 만화풍 그래픽의 캐릭터가 유튜브·트위치TV 등에서 시장성을 입증했듯, 디지털휴먼의 상업적 가치도 높게 평가한다.

향후 디지털휴먼이 적극 활용될 전망인 분야는 광고·홍보·영화·드라마·게임 등이다. 업계는 실제 배우를 대신해 스크린에 서거나, 게임 내 NPC(Non-Player Character)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휴먼은 기술 발전 동향으로 미뤄 볼 때,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을 뜻하는 휴머노이드보다 이른 시기에 대중화될 전망이다. 단, 디지털휴먼의 대중화는 모습과 행동에 대해 시청자가 느끼는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를 잘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사람을 어설프게 닮은 생김새를 지니면 불쾌감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챗봇의 행위가 인간과 같다’고 여기는 일라이자 효과가 있다.

불쾌한 골짜기의 대표적인 예로는 3D 애니메이션 ‘폴라익스프레스’가 있다. 제작사가 등장 캐릭터들의 행동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실제 배우를 ‘모션 캡처’했던 것이 관람객들의 불쾌감을 유발한 사례다.

일라이자 효과는 2016년 구글의 AI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 관람객들이 신기술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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