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4·7 보궐선거 참패를 반성하며 입장문을 발표한 민주당 초선의원들과 관련된 기사의 주요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9일 4·7 보궐선거 참패를 반성하며 입장문을 발표한 민주당 초선의원들과 관련된 기사의 주요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가운데 2030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일부 권리당원이 이들을 ‘초선 5적’으로 규정하고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지지층을 중심으로 의견이 나뉘는 모양새다.

앞서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등 의원 5명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재보궐 선거의 참패 원인을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바뀌어야 할 당의 관행과 기득권 구조, 국민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오만과 독선, 국민 설득 없이 추진되는 정책들에 대해 더 이상 눈감거나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초선 의원의 선거 패배 반성, 키워드는 ‘조국’과 ‘친문’

당 차원의 쇄신과 성찰을 촉구하는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에 언론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빅카인즈에서 지난 9일부터 16일 오전까지 ‘민주당’과 ‘초선’을 포함한 기사를 검색한 결과 총 924건이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입장문을 발표한 9일(금, 103건)보다 12일(월, 170건) 더 많은 기사가 보도됐고, 15일까지 일 평균 약 140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민주당 초선의원들과 관련된 기사량이 줄지 않은 것은 이들의 입장문이 불러온 파장이 지속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입장문이 발표되자 이에 반발한 일부 권리당원들이 민주당 게시판에 초선의원들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올렸고, 다시 일부 지지자들과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 내부의 분열이 커지는 추세다.

선거 결과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초선 의원들만 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초선 의원들의 입장문에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거센 것은 이들이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빅카인즈를 통해 민주당 초선 의원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핵심 연관키워드를 알아본 결과,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된 키워드는 ‘조국 사태’였으며, 두 번째는 ‘친문’이었다. 이는 언론이 이번 논란의 핵심을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당 내부의 관점의 차이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언론이 초선 의원을 비판하는 강성 지지층을 ‘친문’으로 분류하며 이번 갈등을 ‘친문’ 대 나머지의 구도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민주당 2030 초선의원 관련 기사량 추이. 입장문을 발표한 9일 이후에도 관련 보도가 줄지 않았다. 자료=빅카인즈
민주당 2030 초선의원 관련 기사량 추이. 입장문을 발표한 9일 이후에도 관련 보도가 줄지 않았다. 자료=빅카인즈

◇ 초선 의원, ‘조국 사태’ 반성에 일부 권리 당원 반발

사실 초선 의원들이 이번 입장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이들은 입장문에서 “조국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은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잘못했다거나 검찰개혁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라기 보다는, 당정이 관련 사태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표현에 가깝다. 

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언급과 대비된다. 이들은 “이번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은 우리당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라며 “우리당은 당헌 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으며, 당내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발언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일부 권리당원들은 성명서에서 “초선의원들은 4·7 보궐선거 패배의 이유를 청와대와 조국 전 장관의 탓으로 돌리는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쓰레기 성명서를 내며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며 “180석을 만들어준 민심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개개인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온전히 당정청이 협치하라는 뜻임을 절대 망각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초선 의원들은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굳이 찾자면 “경험 부족을 핑계삼아 정부와 지도부의 판단에 의존했다”는 발언 정도다.

하지만 초선 의원의 입장문은 일부 강성 지지층에게는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쇄신과 성찰을 위해 진행됐어야 할 당 내부의 토론이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에 대한 입장을 똑바로 하라는 식의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 초선 의원 관련 보도가 ‘조국’과 ‘친문’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현상을 보여 주는 단서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일부가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일부가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언론, 민주당 강성 지지층 비판 일변도

한편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입장문 발표 이후 불거진 당 내부의 논쟁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대부분 강성 지지층에 대한 비판 일변도다.

동아일보는 10일 사설에서 “민주당이 이번 참패를 추스르고 재집권 기반을 다지려면 2030세대와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길밖에 없다”며 “문자폭탄과 악성 댓글로 집권 여당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쳐온 강경 친문 지지층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이들이 민주당을 고립시킬 뿐 아니라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기 때문”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만 의식해 제대로 된 소신 있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반성했다”며 “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심지어 공천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소신파가 결국 민주당의 미래를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또한 11일 사설에서 “권리당원들 사이에선 초선의원들 전화번호 목록과 이들에게 보낸 비난 문자를 인증하는 게시물도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당에 대한 애정과 검찰개혁에 대한 열정 때문일 테지만, 표현의 수위나 방식이 지나친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초선의원 성명에서 당원들의 분노를 촉발한 것으로 짐작되는 곳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라는 대목”이라며 “검찰개혁이란 대의와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마음을 나름 의식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 정도 수위의 의견 개진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면, 정당의 내부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12일 사설에서 “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이견이나 토론 없이 일방 독주하고, 갈수록 강성 지지층만 남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며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다 고립을 자초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치열한 논쟁을 거쳐 외면했던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누구를 위한 당이 될 것인지를 천명해야 한다”며 “뒤이을 새 지도부는 당내 이견을 분출하게 해야 한다.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도 피하지 말고 정리해야 한다. 분열이 두려워 뭉개고 넘어가서는 민주당에 미래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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