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추적 "한국은 4대 기후악당" 혹평 왜?
기후행동추적 "한국은 4대 기후악당" 혹평 왜?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4.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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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책하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예상 이용률 및 경제성 상실 시점. 각 색깔은 개별 석탄발전소를 의미하며 연도는 발전소 수명이 다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자료=충남대학교 미려전력망디자인 연구실
현행 정책하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예상 이용률 및 경제성 상실 시점. 각 색깔은 개별 석탄발전소를 의미하며 연도는 발전소 수명이 다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자료=충남대학교 미래전력망디자인 연구실

지구의 날(22일)을 맞아 40개국 정상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기후정상회의가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주최로 열린다. 미국과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를 결정했는데, 이는 최근의 기후위기가 국제적 공조를 통해서만 해결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린 뉴딜’을 외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해온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공조를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은 아직까지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이번 기후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주요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비해 한국의 목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유엔(UN)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7억910만톤)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영국·프랑스·독일이나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를 감축하겠다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목표다. 

게다가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웠던 목표인 BAU(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 조치가 없을 경우 배출량) 대비 37% 감축과 산정방식만 다를뿐 큰 차이가 없는 목표다. 당시 국제 기후변화 대응기구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CAT)’은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4대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고 혹평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추세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고려할 때 설정된 목표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고 그린 뉴딜이 시작된 이후에도 이 목표는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다. 

 

국가별 국가결정기여(NDC)  제출 현황. 자료=NH투자증권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 현황. 자료=NH투자증권

NDC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상향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특히 경제성을 곧 상실할 석탄발전의 퇴출 시점을 앞당기고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는 것은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앞당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충남대학교 미래전력망디자인 연구실과 영국의 금융 씽크탱크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 CTI),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22일 발간한 ‘탈석탄, 이제는 결정의 시간’ 보고서에서 정부의 기존 계획보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높이고 석탄발전 퇴출 시점은 앞당기는 탈석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의 전년대비 최대 성장률을 각각 32%, 27%라고 가정할 때, 재생에너지 투자비용을 최적화하면, 2028 년까지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를 총 54GW(태양광 40GW, 풍력 14GW) 이상 보급함으로써 정부의 기존 목표를 앞당길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8년까지 태양광 27GW, 육상 풍력 13GW 규모의 발전설비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보고서가 제시한 54GW 달성 시점은 3년 늦은 2031년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3년 단축한다면 석탄발전의 퇴출 시점도 함께 앞당길 수 있다. 충남대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정부의 환경정책 및 전력시장 규제가 강화되지 않는 낙관적인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석탄발전은 2030년 이후에는 경제성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0.4%였던 석탄발전 가동률은 2030년 50.6%, 2040년 22.8%로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력시장 현물가격(SMP)이 지난 10년 평균인 kWh당 109.7원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석탄발전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9%의 가동률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58기는 2030년경에, 현재 건설 중인 신규 발전소 7기(신서천, 고성하이, 강릉 안인, 삼척)는 2035년 내지 2040년경에 좌초된다는 의미다.

지난 5년 평균인 82.7원을 적용할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한 최소한의 가동률은 79%까지 올라간다. 현재 전력시장 현물가격이 시뮬레이션의 가정보다 훨씬 낮은 68.5원인 점, 정부가 환경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석탄발전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자료=카본트래커
석탄퇴출 시나리오에 따른 순현재가치 비교. 자료=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TI)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CTI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고 탄소가격이 반영된 환경급전(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발전소 가동 순서를 결정하는 것)을 시행하면 2028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의 탈석탄 시나리오대로 석탄발전이 2028년 퇴출되고 재생에너지 설비가 54GW 수준까지 확대되면, 최대 55억 달러의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발레리아 이렌하임 CTI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지금의 석탄발전 계획을 고수한다면 친환경 에너지와 녹색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적 동향에 뒤처지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며 “2028년까지의 탈석탄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가장 비용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또한 “연구 결과는 한국이 석탄을 고집할수록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탈석탄이 가능한 옵션인지에 대한 논의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탈석탄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야만 에너지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나은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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