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학 서열표.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누리꾼들이 직접 작성한 각종 대학 서열표는 매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조선왕조 계보보다 더 친숙한 이 문장은 대학서열을 입학성적에 따라 한 줄로 늘어놓은 것이다. 과거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만들어낸 표현이지만, 지금은 시대적 변화나 대학별 특성, 역량과는 관계없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입학성적을 기준으로 한 대학 서열매기기는 출신 대학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치열한 ‘학벌사회’의 자화상이다. 또한 대학이 취업, 경제적 성공,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의미를 가지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언론, 교육계에서의 대학 평가는 ‘입결’을 따지는 대중적 평가와는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학평가인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 연구성과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둔다. 여기에 학생 교육 여건과 평판, 국제화 정도를 따져 매년 가장 연구·교육역량이 높은 대학을 발표하고 있다. 

대학의 본질이 교육과 연구라는 점에서 입결보다 연구성과를 기준으로 한 평가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하면 이것만으로는 대학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대학 교육이 단순히 인적 자산을 길러내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임을 고려한다면, 대학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고려한 평가도 필요하다.

 

영국 타임스 고등교육(THE)이 발표한 '2021 대학 영향력 순위'. 자료=타임스 고등교육 홈페이지 갈무리
영국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2021 대학 영향력 순위'. 자료=타임스고등교육(THE) 홈페이지 갈무리

◇ THE, "지속가능 개발목표 성취도에 따라 대학 순위 평가"

해외 유수의 대학평가기관에서는 이미 기후위기, 인권, 성평등 등 다양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해 대학이 얼마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했는지를 따져 순위를 매기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THE 세계대학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영국의 타임스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이하 THE)은 지난 2019년부터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THE 영향력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THE 영향력 순위’는 국제연합(UN)의 17개 지속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고려해, 각 대학들이 개별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얼마나 성과를 올렸는지를 평가한다. 이 순위에서 전통적인 대학 평가 기준인 연구성과나 교육여건, 입학생들의 성적이나 졸업생의 성취도는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오히려 17개 목표에 포함된 빈곤·기아 퇴치, 성평등, 교육기회 보장, 기후위기 대응, 성평등, 고용 창출, 국제협력 등의 요소가 대학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국내 대학은 ‘THE 영향력 순위 2021’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잡고 있을까? 17개 목표를 종합한 순위에서는 연세대(30위)와 경북대(54위)만이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대·한양대·전북대는 100위권, 아주대·충남대·강원대·경희대·순천향대·성균관대가 200위권에 자리했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로 시작되는 입결 줄세우기의 상위권 대학 중 체면을 지킨 곳은 연세대와 한양대 정도였으며, 선전한 곳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인서울’ 대학이 아니라 대부분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이었다. 이는 “서연고...”가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연구성과 기준 국내 대학평가 순위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을 휩쓸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은 시민사회가 다양한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로운 대학평가기준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통해 대학 서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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