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기후솔루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 간 온실가스 감축량 및 필요 예산 비교. 자료=기후솔루션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려면 현재 계획된 예산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How’s) 카페 세미나실에서 양이원영·이소영·장혜영 국회의원과 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탄소중립 실현의 마중물, 기후대응기금의 바람직한 방향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목표로 세운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달성을 위해 추산한 예산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 국제연합(UN)에 제출한 NDC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7년(7억910만톤)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1990년 대비 40% 감축을 선언한 영국이나,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8%를 감축하겠다는 미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웠던 목표인 “BAU(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 조치가 없을 경우 배출량) 대비 37% 감축”과는 산정 방식만 다를 뿐 실제 감축 목표는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지난 2월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에 NDC를 다시 제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계획된 예산은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2030 NDC 달성을 위해 2016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재정 소요는 연평균 약 6조 수준인데, 연내 NDC 목표가 강화되면 이에 따른 재정 투입 금액도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2020년 기준 에너지특별회계, 환경개선특별회계, 전력기금 등 온실가스 감축과 연관성 높은 예산을 종합하면 약 2조 2742억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 이사는 이어 “우선 기존 예산 중에서 제대로 온실가스 감축에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수입,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기존 재원과 잉여금이 많이 발생하는 전력기금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유엔 권고에 따라 NDC를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한국의 NDC 수준을 유엔 권고대로 상향한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까? 한국도 참여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권경락 이사는 “1.5도 시나리오 달성을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연평균 10조원 수준의 재정 규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존 부처별로 비효율적인 예산을 통폐합하고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확대, 탄소세 신설 등 다양한 수입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이사에 따르면, 현재 NDC 기준에 따라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 규모는 2017년 대비 약 1억7300만톤에 달한다. 하지만 NDC를 파리협정이 제시한 1.5도를 기준으로 상향할 경우 감축량은 그 두 배인 3억5500만톤까지 늘어난다. 현재 NDC를 달성하기도 어려운 연평균 6조원의 예산 투입으로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권 이사는 “에너지 전환은 물론 산업구조 개편 및 노동자와 지역사회 지원 등 정의로운 전환이 반드시 기금 사업 분야로 포함되어야 한다”며, 현재 유럽연합(EU)에서 진행하고 있는 ‘현대화 기금(Modernization Fund)’ 사례를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현대화 기금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총 140억 유로(약 19조원)를 운용하는데, 1인당 GDP가 EU 평균의 60% 미만인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10개국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도입 및 탄소중립 전환 비용을 지원하는데 쓰이게 된다. 

한편 토론자로 참여한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에너지관련 특별회계 기금 등을 통폐합해 탈 탄소정책에 사용하는 것은 기존 재정의 칸막이를 없앤다는 의미로 바람직하지만, 이 자체만으로는 탈탄소 재원마련의 충분한 대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입이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기후대응기금의 재원에 연동시키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어 “에너지 관련 통합기금을 만드는 형식적인 목표에 머물러서는 탈탄소 대책을 위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없다”며 “탈탄소 넷제로 정책을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및 정치적 결단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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