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춘분이 지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서 마음이 여유롭다. 자연의 시계에 따라 날마다 꽃이 피니 사방천지 꽃이다. 바람은 싱그럽고 햇빛은 따스하다. 춘삼월 호시절이로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시점이라 모든 만물의 역동에 힘이 솟구친다. 산은 서서히 찬란한 햇빛으로 가득차서 넘친다. 잎보다 먼저 꽃피우는 산수유, 벚꽃들의 경이로움을 보며 감탄한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워 주어 고맙고 감사하구나.

그런데 어찌하랴. 마음 한구석은 공허함이 밀려온다. 허허롭고 쓸쓸하다. 어디가 불안하고 외롭다. 봄을 타나보다. 봄 속에 숨어 버리고 싶다. 아름다운 이봄에 어딘가 외로운 것은 감출수가 없다. 

외로움을 간직하고 피어난 ‘홀아비바람꽃’을 만난다. 홀아비라는 이름이 허허롭고 외로워 보인다. 꽃대가 1개씩 자라므로 ‘홀바람꽃’이라고도 한다. ‘조선은련화(朝鮮銀蓮花)’라는 곱고 예쁜 이름이 정겹다. 대한민국에만 서식하는 특산식물이요. 바람꽃속(Anemone)에서 대표적인 바람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학명은 Anemone koraiensis Nakai이다. 속명 아네모네(Anemone)는 그리스어로 아네모네스(Anemos)에서 유래했는데 ‘바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종소명인 코리아엔시스(koraiensis)은 대한민국을 말한다. 명명자은 아쉽게도 일본인 나카이다. 대한민국 특산식물에 일본 식물학자이름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것은 울분을 넘어 수치스럽고 통탄스럽다. 야생화를 공부 하면 할수록 학명과 접하면 이러한 기분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기분이 아닐 것이다.

홀아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대한민국의 바람꽃 종류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바람꽃속, 너도바람꽃속, 만주바람꽃속, 나도바람꽃속 등 4개 속 19종이 각기 다른 특성과 자태를 뽐내며 서식하고 있다. 

키는 20~50㎝이다. 잎은 길이가 2㎝, 폭은 4㎝ 정도이다. 꽃줄기가 원줄기에서 1개 나와 끝에 1개의 흰색 꽃이 4월경 피어난다. 꽃대 끝에 1개씩 하늘을 향하여 피어나는 것이 당당하다. 홀로 고고히 서있는 자태가 외로워 보이기도 하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으로 5~6장인데 가운데 노란 꽃밥이 매력적이다. 특산식물이지만 중북부지방에 개체수가 많아 멸종위기종은 아니다. 그러나 아름답다고 하여 너도나도 쉽게 굴취 하여가고 방치 한다면  멸종위기로 몰릴 수 있기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홀아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이다. 사랑은 아름답고 숭고한 것인데 괴로움은 무어란 말인가. 꽃이 홀로 피어나서 괴롭다는 것인가. 사랑과 괴로움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너와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다”라는 말을 음미해 본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본질적으로 생각하여본다. 내 기준과 잣대로 남을 틀렸다고 할 수 있는가. 내 생각과 내 삶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꽃은 피는 시기, 모양, 색채, 향기 등 모두가 다르다. 다르다고 표현하지 틀리다고 하지 않는다. 다른 꽃이 모이고 모여서 눈부신 조화를 이루기에 자연의 세상은 아름답다. 

꽃밭에서 사랑에 빠져있는 시간은 황홀하고 행복하다. 달콤한 사랑을 갈구하고 영원불멸을 희망한다. 그러나 꽃길만 걷자던 언약은 안개처럼 사라졌고 굳건한 맹세는 잊혀졌다. 사랑의 징표마저 훼손되어 없어졌다. 꽃이 지듯이 모든 것이 변하기에 사랑도 마음도 변한다. 이러한 연유로 사랑은 괴로운가 보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버린 꽃들이 허허롭고 인생이 무상하다. 꽃은 다시 핀다. 때와 조건이 맞으면 언제든지 피어나는 것이다. 다시 피는 꽃을 기약하며 힘을 내어 멋진 삶을 살아보자.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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