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인숙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박인숙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코로나19 백신 종류에 따라 해외 출입국 허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해당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박인숙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화이자 맞은 사람은 괌 여행갈 수 있고, AZ(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 백신) 맞은 사람은 못 간다”며 “미국 FDA가 AZ승인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관련 소식이 담긴 기사를 인용해 “앞으로 접종 백신 종류에 따른 이런 차별이 다른 지역, 다른 상황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과 미국령에 가족이 함께 가는 건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며 “가족여행, 단체여행도 맞은 백신 종류별로 따로 모집할 판이다. 문재인 정부의 백신 확보 실패, 새삼 다시 화가 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 AZ 접종하면 미국 못 간다? 사실과 달라

AZ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괌 여행을 갈 수 없다는 박 전 의원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AZ 백신 접종자의 괌 입국 자체는 허용되지만 자가격리는 면제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여행을 즐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르면, ‘백신 완전 접종자’의 경우 미국 입국이 허용되며 자가격리 의무 또한 면제된다. 백신 완전 접종자는 ▲화이자, 모더나 등 2회 접종이 필요한 백신의 2차 접종을 받은 후 2주가 경과한 경우 ▲존슨앤존슨/얀센 백신과 같이 1회 투약하는 백신을 맞고 2주가 경과한 경우를 의미한다. 

CDC의 해당 지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사용승인한 화이자/바이오앤텍, 모더나, 존슨앤존슨(J&J)/얀센 백신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승인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백신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AZ 백신을 접종하면 미국에 가기 어렵다는 박 전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사진=괌 정부관광청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괌 정부관광청 홈페이지 갈무리

◇ 주별로 다른 미국 보건지침, 괌 여행가면 최소 6일 격리

하지만 미국의 경우 주별로, 또는 동일 주 내에서도 카운티나 시 등 지역별로 보건지침이 서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괌 또한 CDC의 지침을 따르지만, 자가격리 면제에 있어서는 일부 내용이 다르다. 

실제 괌 정부 관광청은 지난 15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자가격리가 면제될 수 있다”고 발표하고, 면제 대상으로 화이자/바이오앤텍, 모더나, 존슨앤존슨/얀센 등 FDA 승인한 백신만 명시했다. 해당 백신 접종자는 ▲접종 카드 접종자 성명 및 생년월일, 백신명, 접종일 등이 표시된 접종 기록서 ▲기타 접종 확인 증빙서류(보건당국 접종기록서, 백신제공자가 발급한 접종확인 편지 등) ▲본인 서명 접종확인 동의서(괌 정부 제공) 등을 제출하면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반면, AZ 백신은 아직 FDA 승인을 받지 못해 괌에서는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없다. 따라서 AZ 백신 접종자는 괌 입국 후 10일간 정부 지정 시설에서 격리되며, 6일차에 검사를 실시해 음성인 경우 격리가 해제될 수 있다. 최소 6일 동안 격리 시설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 여행 목적으로 괌을 방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괌 여행 갈 수 없다”는 박 전 의원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박 전 의원도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AZ백신 맞은 사람은 괌에 못간다’라는 문장은 글 제목을 단순하게 뽑다보니 그리된 것”이라며 ‘못간다’ 가 아니라 ‘2주간 격리해야한다’가 정확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박 전 의원은 이어 “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친구, 가족과 함께 놀러가는 곳, 휴양지”라며 “화이자 맞은 사람은 입국 통과하는데 AZ맞은 사람은 2주 격리하라면 거기 여행 갈 수 있나? 입국 금지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자료=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 예약률. 자료=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 중수본, “아스트라제네카 입국금지 국가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은 AZ 접종자의 입국 및 자가격리에 대해 어떤 지침을 세우고 있을까?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에 대해 입국금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답했다. 

외교부가 17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관련 각국의 해외입국자에 대한 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화이자, 얀센,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에 대해 접종 증명서를 제출한 경우 10일간의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아일랜드 또한 입국 후 14일 동안 정부 지정 호텔에서 격리돼야 하지만 4개 백신 접종자는 해당 의무가 면제된다. 카타르(7+14일), 사우디아라비아(최소 7일)도 AZ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는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인해 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접종 거부 움직임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60~74세 접종 예약률은 현재 70~74세 60.9%, 65~69세 52.7%, 60~64세 35.6%다. 예약률이 순조롭게 상승하는 추세지만, 자칫 AZ 불신이 확산될 경우 집단면역 형성이 지연될 수 있다.

박 전 의원은 자신도 6월 첫주에 AZ 백신을 접종하기로 예약했다며 백신 접종을 방해한다는 비난은 명백한 오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AZ백신이 1등은 아니어도 2등은 되는 백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는 이거라도 맞아야한다.  그것도 변이바이러스가 더 퍼지기 전에 하루 속히 맞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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