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한 과세가 내년부터 적용된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도입되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관련해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미국 국세청, 암호화폐 취득기간별로 차등 과세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방침에 대한 암호화폐자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편이다. 변동성이 크고 사기가 횡행하는 암호화폐 시장을 바로잡을 규제 시스템은 부실한데 과세부터 적용한다는 것이 반발의 이유다.

실제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암호화폐 세금의 공제금액을 증액해주시고 과세 적용기간을 더 미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5만1800명의 동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청원인은 “투자자 보호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하는 것은 진정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암호화폐 관련된 과세에 대해서 5000만원 이상부터 과세하고, 주식과 같이 2023년부터 적용되는 걸로 기간을 연장하라”고 요구했다.

정계에서도 과세 유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가상자산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날 김기현 원내대표는 “정부가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가상자산의 성격조차 규정하지 못한 채 제도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은 이행하지 않은 채 돈만 거두겠다는 염치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 아래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화폐로 인정되지 않는) 미술품을 거래해 이득이 나도 기타소득으로 과세한다”며 “가상자산 거래로 생긴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는 예외가 없다. 오히려 가상자산 거래로 올린 차익에 대한 세율은 한국이 타국 대비 낮은 편이다. 국내의 경우, 내년 1월 이후 가상자산 거래로 발생한 연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리해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일본은 암호화폐 매매에 따른 수익이 연 4000만엔 이상인 경우 최소 15%에서 최대 55%까지 세금을 부과한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 국세청(IRS)은 이미 지난 2014년 암호화폐 과세 지침을 발표한 이후 이를 점차 발전시켜왔다. 지침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는 거래뿐만 아니라 채굴, 기부, 하드포크(Hardfork) 등 다양한 상황을 포괄해 적용된다. 암호화폐 취득 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통상소득으로 분류해 종합과세하며 10~37%의 세율이 적용된다. 1년 이상인 경우는 암호화폐로 인한 수익을 따로 분리해 분류과세하며 15~20%의 세율을 부과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고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39.6%로 대폭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암호화폐 거래로 인한 차익도 자본이득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세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주요 해킹 및 비정상적 출금 사고. 자료=국회 입법조사처
암호화폐 거래소 주요 해킹 및 비정상적 출금 사고. 자료=국회 입법조사처

◇ 경제학자 80% “거래소 운영 투명성 신뢰성 강화돼야"

조세 형평성이나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를 고려해도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규제 시스템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과세만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 또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이라며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까지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투자에 따른 손실은 투자자의 자기책임이다. 하지만 거래소의 자전거래나 해킹·전산장애, 불투명한 코인 상장 기준과 공시 규정 등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의 입법 노력과 금융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 

실제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21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25명의 경제학자 중 56%는 암호화폐 과세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답했으며, 그보다 더 많은 80%는 “거래소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은행의 코인거래소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고 있지만, 자금세탁방지에 치우친 특금법의 성격 상 거래소의 일탈을 예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또한 지난달 10일 발표한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보호 방안’ 보고서에서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거래소 해킹에 따른 이용자 권리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가 증권의 정의를 충족하거나 ETF 등 투자상품에 편입된 경우 증권과 동일한 감독 규율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가 교환의 매체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은행비밀보호법을 통해 법정화폐와 비슷한 규제대상으로 취급된다.

독일 또한 은행법을 통해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하고, 연방금융감독청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규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정책 컨트롤 타워 구축 ▲가상자산 투명성 제고를 통한 투기 억제 ▲해킹 등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의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며 “어떠한 방법으로 규제를 입법화하든 현행 법률과의 충돌이 없도록 유의해야 하며, 무분별한 투기를 막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입법 목적이 충실히 담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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