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개인 의견이 국민적 어젠다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 네티즌 커뮤니티의 결실이다. 다만 국민청원은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해, 공론화되지 못한 안건은 공중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 화제성이 부족한 의견에도 힘을 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6년 3월 개설한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이다. 이곳에 게재되는 의견은 반응이 저조하더라도 당국이 모니터링하며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뉴스로드>는 우리 사회의 공공선 확장 차원에서 관련 사안을 발굴해 보도한다.

표=뉴스로드 김윤진 기자

국민생각함에서 ‘유치원에 CCTV가 있어야 할까?’라는 주제로 오는 24일까지 설문조사가 진행된다. 네티즌 A씨는 어린이집의 경우 5년 전 의무화가 이뤄졌지만, 유치원은 아직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의제를 제안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유치원 CCTV 설치율은 39%다. 설립 주체별로는 국공립4.98%(4896곳 중 244곳), 사립 87.91%(3433곳 중 3018곳)로 차이가 벌어진다. 

특히 광주시·세종시·강원도·전라북도·제주도 국공립 유치원은 한 곳도 교실 내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 전라남도와 충청북도에서는 각 2곳에서만 설치했다. 세종시의 경우 국공립뿐 아니라 사립 유치원에서도 CCTV를 찾아 볼 수 없다.

국공립 유치원 CCTV 설치가 저조한 까닭은 교육부 권고 사안에 그치기 때문이다.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전원 동의해야 하며, 1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CCTV를 설치할 수 없다. 반면 사립 유치원들은 학부모들의 선호에 따라 경쟁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있다.

현재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 찬반 대립의 핵심 쟁점은 ‘교사 인권’과 ‘아동 보호’다. 교사들은 교권과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들어 CCTV 설치에 부정적이다. 학부모 대다수는 교사의 아동학대 감시 차원에서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학부모들의 걱정은 갈수록 늘어가는 상황이다. 지난 3월 경기도에서는 유치원 교사가 원생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 유치원 교사가 원생들 급식에 모기기피제·계면활성제를 넣어 구속됐다. 해당 사건들에서는 CCTV 영상이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

A씨는 “CCTV 설치는 공익이 더 크다”며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열람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 인권 침해로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16일 기준 전국 남녀노소 네티즌 76명이 참여 중이다. <뉴스로드>가 진행 상황을 중간집계한 결과, 네티즌 94.7%는 유치원 내 CCTV 설치에 찬성하고 있었다.

찬성하는 입장인 네티즌 B씨는 “5~7세 아동이 학대를 당할 경우 스스로에게 일어난 일을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CCTV는 아동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씨는 “교사 1명이 20명 안팎의 아이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CCTV는 또다른 눈으로 아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다”며 “CCTV가 있으면 교사들도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CTV 설치에 대한 반감이 옅어지고 있는 어린이집, 병원 수술실, 제조업 현장처럼 유치원 교사들도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D씨는 “일반 직장에서도 화재 감시, 범죄 예방 등 여러 이유로 곳곳에 CCTV를 운영한다”며 “CCTV가 없다면 아이가 다쳤을 때 넘어져서인지 교사의 폭행 때문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E씨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아이를 보호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교사들의 업무 양과 강도 등 노동 인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생각함에서는 CCTV 설치 문제 외에도 농촌 돌봄 서비스 부족 현상에 대한 토론도 이뤄지고 있다. 농촌은 인구 수가 적은 탓에 돌봄 서비스 인력 확보가 어려워, 보육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일반 국공립 시설의 열린시설로의 전환, 통학버스를 도입할 것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안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