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부터 시작하는 프랑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두 살부터 시작하는 프랑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9.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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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육부 산하 미디어 교육 전담기구 클레미(CLEMI)는 '데클릭 크리틱크'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들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아동들이 완구회사의 광고를 보고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사진=클레미 유튜브 채널 갈무리
프랑스 교육부 산하 미디어 교육 전담기구 클레미(CLEMI)는 '데클릭 크리틱크'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들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아동들이 완구회사의 광고를 보고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사진=클레미 유튜브 채널 갈무리

프랑스는 대입시험 ‘바칼로레아’에서 성인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던져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를 평가할 정도로, 단순 암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의 진위를 선별하고 속뜻을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또한, 비판적 사고를 중시하는 프랑스 교육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실제 프랑스 미디어 교육의 역사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혁명 전부터 발행되기 시작해 1820년대 전성기를 맞은 프랑스의 청소년 저널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용도가 아니라 어린 독자들의 비판적 독해 능력을 함양하는데 활용됐다. 

이러한 전통은 1982년 유네스코가 ‘그룬발트(Grunwald) 선언’을 통해 공식적인 교육과정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룬발트 선언은 미디어 환경에 대한 비판적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1983년 교육부 산하의 미디어 교육기구 클레미(CLEMI)를 설립하고 공교육 내 미디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프랑스의 미디어 교육 전담기구 ‘클레미’(CLEMI)

클레미는 홈페이지에서 “교사의 뉴스 미디어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아동의 미디어·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것”이 클레미의 설립 목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클레미는 “오늘날 아이들은 지속적이며 즉각적이며 미디어가 포화된 환경을 표류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고 학생들이 정보를 찾고 평가할 수단을 제공함으로서 아이들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클레미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클레미는 설립 이후 점차 영역을 넓혀 지난 2013년부터는 모든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및 정보 교육을 전담하는 기구로 성장했다. 프랑스의 미디어 교육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진행되는데, 미디어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비판적 평가와 활용기술 및 컨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차원의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 교과과정과 체계적으로 통합돼있다. 

실제 프랑스의 아동·청소년들은 이미 만 2세부터 신문을 만져보며 미디어와 친숙해지기 시작해 10세가 넘으면 직접 짧은 기사를 작성해보고 그 안에 적용해야 할 윤리적 기준을 고민하는 등 단계적인 훈련을 통해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특히 클레미가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데클릭 크리틱크’(Déclic' Critique)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성장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로부터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데클릭 크리틱크는 가짜뉴스와 출처, 팩트체크,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이슈를 다루는데 ①소셜미디어(SNS)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 검증 ②가짜뉴스와 언론 오보의 차이점 및 저널리즘 윤리 ③대주주 및 광고주에 의한 저널리즘 왜곡 ④저널리즘의 질문 방식에 따른 정보 왜곡 및 소수자 차별 문제 등 4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실제 교육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 주제에 관한 정보를 보여준 뒤 이들의 반응을 녹화·편집해 클레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에는 광고에 반영된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에게 한 완구회사의 광고를 보여준 뒤, 그 속에서 남성과 여성 인형이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은 어떤지를 자유롭게 말하게 한 것. 학생들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 인형과 제복을 입고 헬기를 운전하는 남성 인형을 보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 교육법에 뿌리내린 프랑스의 미디어 교육... 한국의 미디어 교육 입법은 언제?

이처럼 프랑스가 미디어 교육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적극적인 입법 노력이 숨어있다. 

프랑스가 처음 미디어 교육을 공교육에 포함시킨 것은 지난 2005년 교육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당시에는 법 개정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2010년대 들어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2011년부터 미디어 교육을 학력검증 국가고시 ‘브르베’(Brevet)의 필수 과목으로 채택했으며, 2013년 교육법을 다시 개정해 “교육법전에 미디어와 정보교육” 명시했다. 이에 따라 중학생부터는 필수적으로 미디어·정보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018년부터는 “안티 가짜뉴스법”으로 불리는 ‘정보조작대처법’이 통과되면서 교육법 또한 일부 개정돼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분석능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반면 한국은 아직 현행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미디어 교육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기는 하지만, 아직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교육법에 기초해 클레미를 중심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미디어 교육이 제공되는 프랑스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국도 입법과 행정에서 모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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