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다양성 결여" 비판 쏟아지는 이유
"노벨상 다양성 결여" 비판 쏟아지는 이유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10.13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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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상 수상자 13명 중 유일한 여성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평화상). 사진=트위터 갈무리
2021년 노벨상 수상자 13명 중 유일한 여성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평화상). 사진=트위터 갈무리

[뉴스로드] 지난 4일 시작된 노벨상 시상식이 11일 경제학상을 끝으로 6개 부문 13명의 수상자를 발표하며 마무리됐다. 오랜 시간 쌓아올린 업적을 인정받은 수상자를 향해 축하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백인·남성 위주로 편중된 수상자 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올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13명 중 여성은 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1명뿐이다. 지난해 전체 수상자 11명 중 4명(화학 2명, 문학·물리학 각 1명)이 여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

인종별로 보면, 백인이 아닌 수상자는 마리아 레사를 비롯해 물리학의 마나베 슈쿠로 프린스턴대 선임연구원, 문학상을 수상한 탄자니아의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등 3명 뿐이다. 전체 수상자의 77%가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만큼, 노벨상이 다양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노벨상의 다양성 결여는 오래된 문제다. 노벨 재단에 따르면, 1901년 시작해 올해 120주년을 맞이한 노벨상의 역사에서 여성 수상자는 올해 평화상을 받은 마리아 레사를 포함해 총 59명뿐이다. 947명의 개인과 28개 단체 등에 수여된 총 975개의 메달 중 겨우 6.1%만이 여성의 몫이었다. 개인 수상자로 한정하면 남성 888명, 여성 59명으로 여성 수상자는 남성의 6.6%에 불과하다. 

 

성별 노벨상 수상자 분포. 자료=노벨재단
성별 노벨상 수상자 분포. 자료=노벨재단

마리 퀴리가 1903년 처음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후 여성 수상자가 나온 해도 겨우 41번뿐이다. 이 가운데 32번은 여성 수상자가 단 1명뿐이었으며, 2명 이상의 수상자가 나온 경우는 겨우 9번뿐이었다. 

여성 수상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09년으로 생리의학상 2명, 화학·문학·경제학상 각 1명 등 총 5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여성 수상자가 선정되지 않은 가장 오랜 기간은 1948년부터 1962년까지 15년이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연속으로 여성 수상자가 지명되지 못했다. 

분야별로는 평화·문학상에서 여성 수상자가 많이 배출됐다. 노벨평화상 개인 수상자 109명 여성 수상자는 18명으로 약 16.5%를 차지했으며, 문학상은 102명 중 16명으로 13.6%였다. 반면 물리학(219명 중 4명)과 경제학(89명 중 2명)은 각각 여성 수상자 비중이 1.8%, 2.2%로 가장 낮았다. 과학상과 경제학상의 경우 여성에 대한 문턱이 매우 높았다는 것. 물론 문학상과 평화상도 여성에게 열려있는 기회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분야별 흑인 노벨상 수상자 분포. 자료=노벨재단
분야별 흑인 노벨상 수상자 분포. 자료=노벨재단

인종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20년간 노벨 재단이 선정한 943명의 개인 수상자 중 흑인 수상자는 올해 문학상을 받은 압둘라자크 구르나를 포함해 겨우 17명(1.8%)뿐이다. 게다가 분야별 편중 현상도 심각하다. 흑인 수상자 17명 중 12명은 모두 평화상 수상자였으며 문학상 4명, 경제학상 1명의 순이었다. 아직 노벨과학상을 받은 흑인 수상자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과학 및 경제학 부문에서 특히 성·인종별 격차가 심각한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남성중심적인 연구문화 아래서 여성 연구자가 충분한 지원을 확보해 오랜 기간 연구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또한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오랜 교육과정을 버텨야 전문연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인종집단에서 재능있는 연구자가 배출되기는 쉽지 않다. 

노벨 재단 또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고란 한손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수상자가 이처럼 적은 것은 슬픈 현실이며, 아직도 남아있는 불공정한 사회적 조건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서유럽과 북미의 자연과학 분야 여성 교수 비중은 10%에 불과하며 동아시아는 더 낮다”고 말했다.

다만 한손 사무총장은 성·인종별 할당제를 도입하지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가장 가치있는 발견을 한 사람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며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성·인종별 할당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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