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보도된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소식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6~27일 보도된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소식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2·12 군사쿠데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가담, 대통령 재임 중 비자금 조성 등의 부정적 평가와 직선제 개헌 수용, 북방외교 및 남북대화, 경제성장 등 긍정적 평가가 공존하는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언론은 높은 비중으로 다뤘다.

◇ ‘국가장’ 논란 두고 5·18 단체 유감 표명

빅카인즈에서 ‘노태우’를 검색한 결과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국내 54개 매체에서 총 903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가 1면에 노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을 실었으며 중앙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은 해당 소식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13대 대통령’, ‘향년 89세’ 등의 문구를 제외하면 노 전 대통령 사망 기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핵심 연관키워드는 ‘국가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개헌 이후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지만, 12·12 군사쿠데타 및 5·18 유혈진압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국가장은 불가능하다는 반발 여론이 적지 않았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대법원에서 내란모의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듬해 12월 특별 사면됐지만 대통령 예우는 박탈됐으며, 2006년에는 서훈 또한 취소당했다.

전남일보는 26일 “광주·전남 ‘노태우 국가장, 말도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가장 여부를 논의 중이라는 행정안전부 입장을 전하며 “이는 ‘전두환, 노태우는 12·12 군사반란 등의 판결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 예우가 박탈됐다’고 알고 있는 광주·전남인들에게 모욕과도 같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또한 이날 전남일보를 통해 “국립묘지에 안장하거나 국가장으로 치른다면 오월 가족들이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며 “현재 법률상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5월과 광주 시민이 그렇게 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다만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한 반발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7일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인께서는 13대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며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결정에 대해 5·18 단체들은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장의 취지인 국민 통합은 온전한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가능하다.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 '공'과 '과' 뚜렷한 고인의 삶, 매체별 평가 엇갈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생애에 대해 언론은 대부분 양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공(功)과 과(過), 둘 중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체별로 차이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27일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 중 드문 연성(軟性)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가하며 “민주화 요구를 수용해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을 약속했다. 전 전 대통령의 의도였다곤 하나 고인이 수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승부수”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올림픽 개최, 경제성장, 북방외교, 남북대화 등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과 비자금 조성, 호남 배제 등 실책을 설명하며 “한 역사가는 ‘선악의 사고를 넘어서야 넓은 영역이 보인다’고 했다. 고인의 공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고인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이나, 요약하면 군사정권에서 문민정권으로 이행하는 가교 역할을 한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한국일보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12·12 군사쿠데타에 동참한 주역이자 후계자라는 점은 고인이 벗을 수 없는 멍에”라면서도 “고인이 직선제를 수용하고 집권 후 탈권위주의를 표방했으며 3당 합당으로 김영삼 대통령 선출의 기회를 제공해 민주사회로 가는 과도기 역할을 충실히 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공보다는 과에 무게를 뒀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그가 재임 기간 세계적인 탈냉전 추세에 맞춰 북방외교와 남북관계에서 새 지평을 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공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한국 현대사에 그가 드리운 짙은 그늘은 이런 긍정적 평가를 가리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신군부 실세로서 자신 또한 책임이 무거운 1980년 5월의 학살과 관련해 그는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한 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에 대해서도 “화해와 용서는 온전한 반성과 사죄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두환의 사례를 통해 분명히 보고 있지 않은가”라며 “결코 안 될 일”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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