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SI 버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KCSI 버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뉴스로드] 지난 10월20일부터 3일간 인천의 송도컨벤시아에서는 '제3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Korea Police World Expo 2021)이 개최되었다. 경찰기동장비, 개인장비, 범죄수사장비와 감식장비, 범죄예방장비, 경찰ICT장비, 교통관제와 관련된 다양한 장비들이 출품되었다. 먼 미래에 영화 '마이노러티 리포터'처럼 정밀하게 범죄를 예측하지는 못하겠지만 첨단화된 경찰장비들은 경찰의 업무를 줄이고, 범인을 검거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휴대하는 ICT장비는 경찰이 착용하는 바디캠부터, 공격자의 눈을 부시게 하는 간단한 방패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바디캠은 범죄나 사고의 현장에서 증거수집과 경찰에 대한 폭행을 방지하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29일 인천의 남동경찰서 경찰관들은 화재현장에 신속히 출동하여 주민 10여명을 무사히 대피시켰는데 그들의 활동상황은 바디캠에 찍혔고, 국민들의 그들의 활약상을 지켜볼 수 있었다.

테이저건의 조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테이저건의 조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필자는 한국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져건을 직접 격발해 볼 수 있었다. 테이저건을 표적을 향하여 격발하니 압축공기가 '펑'하는 소리를 내며 전류가 흐르는 바늘이 날아갔다. 테이저건은 5mm정도의 깊이로 표적에 박혔다. 테이저건은 인체의 운동신경 신호와 비슷한 형태의 전류로 중추신경계를 일시적으로 교란시켜 적은 전류로도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굴절형 소총.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굴절형 소총.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경찰특공대 등이 사용하는 굴절형 소총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권총 뒤에 소총의 개머리판과 전원스위치, LCD모니터가 달린 형태였다. 굴절된 소총을 건물의 꺽인 모퉁이에 가져간 후 LCD모니터를 켜니 권총에 부착된 카메라의 신호가 LCD모니터에 나타났다. 격발스위치를 누르면 소총이 아니라 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는 구조였다.

미국 CBS에서 2015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의 영향으로 KCSI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범죄수사장비와 감식장비는 필자가 업무상 자주 접하는 장비들이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은 휴대폰 증거를 안전하게 운반하는 아크릴 케이스와 봉인을 소개했다. 증거 운송용 박스에 휴대폰을 넣으면 액정화면을 손으로 사용할 수 없어 증거물이 안전하게 보관된다. 디지털 포렌직에서 이미징 과정은 참관이 가능하며 이미징이 끝난 증거들은 대개는 가환부 형식을 통하여 돌려준다고 한다. 경찰청의 사이버수사국은 과거 하드디스크나 휴대폰 등을 복구했지만 최근에는 드론포렌식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과거 범죄현장에 남은 잔류가스는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이 와서 채증했지만 경찰연구소에서 개발한 ‘다중포집장치’는 수백개의 잔류가스의 종류와 잔류량을 정확히 측정해준다. 이러한 장비가 있었다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김정남의 사체에 장비를 접촉하여 사용된 물질과 유독가스량을 즉시 알 수도 있었을 것이다. 향상된 인공지능 기법은 수사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시선과 동작, 목소리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여 증언의 신빙성 여부를 알려주기도 한다.

휴대폰의 이미지 복제에 사용되는 도구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휴대폰의 이미지 복제에 사용되는 도구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스토킹처벌법이 지난 10월20일부터 발효되어 위반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CCTV는 스토커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연락하거나 경찰에 연락하여 충돌하도록 해준다. 인공지능 기술은 범인이 착용한 옷을 바꿔 입거나 소지한 가방을 놓아두고 다른 CCTV 화면으로 이동해도 동일인으로 인식한다. CCTV와 결합한 인공지능기술은 이미 공항의 출입국관리와 경비, 해수면의 선박, 전방철책선 경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치안전시회에는 범죄를 탐지하는 장비만 아니라 범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들도 소개되었다. 필자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일반적인 500ml 콜라병이었는데 플라스틱병의 가운데 라벨 안에 몰래카메라와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었다. 실제로 콜라가 들어있어 컵에 따르거나, 마실 수도 있을 정도로 정교했다.

전기자동차가 활성화되면서 경찰도 전기자동차를 도입되고 있었다. 다만 아직은 업무특성상 고장차 수리 등의 한정된 업무에만 투입되고 있었다. 또한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인 업무를 진행하기 위하여 관련 업체들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빅데이터는 경찰서 관서장이나 수사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특정 시간과 지역의 범죄위험도를 예측하기도 하며, 경찰업무와 관련된 법무지식의 검색을 용이하게 하고, 사이버상에서 범죄수사에 필요한 단서를 찾아내기도 한다.

경찰의 ICT 장비는 독거노인이나 치매환자들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와도 연결될 수 있다. 한편 메타버스로 구현된 확장현실은 테러진압 경찰들의 훈련이나 범죄현장에서의 증거물수집 훈련에도 활용된다.

드론 무력화 및 원격통제장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드론 무력화 및 원격통제장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향상된 4G나 5G, IOT기술은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 요구조자를 더욱 빠르게 찾아낸다. 지난 19일 평택제천고속도로에서는 직선거리로 1km인 사고현장에 응급차가 도착하는데 40분이나 걸렸다. 고속도로 CCTV의 방향표시가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통신기술을 이용한 위치측위나, IOT, V2X기술들은 미래에 이러한 오류를 줄여줄지도 모른다. 경찰은 이미 드론을 실종자 수색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적외선 센서나 분광장치를 장착한 드론은 실종자나 증거를 찾는 능률을 더할 수 있다. 최근의 드론 장비는 전자기파로 드론을 무력화하는 것을 뛰어넘어, 주요 비행콘트롤러를 원격으로 장악하여 제어하는 수준에 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빅데이터 관련 기술 발달로 경찰장비도 점차 지능화 첨단화되고 있다. 이러한 첨단 장비들을 충분히 실무에 보급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경찰이 해결할 또 다른 과제이다.

[필자약력]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뉴스로드 여정현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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