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개인정보법 전면개정’ 선결 과제는?
전문가들이 본 ‘개인정보법 전면개정’ 선결 과제는?
  • 김윤진 기자
  • 승인 2021.11.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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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가 24일 열린 개인정보법 관련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TV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채널

[뉴스로드] 학계·정부 등 인사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전면개정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개인정보법 개정 방향 토론회를 24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화두는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상향’과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었다.

개인정보법은 현재 전면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정부안을 마련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골자는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부과 기준을 관련 사업 매출에서 전체 매출의 3% 이내로 변경하고,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도입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상향’ 놓고 각계 의견 대립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는 과징금 상향에 반대하며 4가지 근거를 들었다. 먼저 과징금의 본질은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므로, 법 위반과 매출 사이에 직접 관련성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둘째는 선례를 만든 유럽연합의 기준은 국내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럽연합은 전체 매출 기준의 과징금 부과를 강조하지만, 이는 미국 기업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대비해 통상 장벽 수단으로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규제의 칼날이 국내 기업들에 향해 있다고 봤다. 

과징금 수위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교수는 2019년 기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각각 3.4%와 2.3%인 상황에서, 개정안대로 과징금을 부과받을 경우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는 과징금 상향을 지지하는 학자들의 의견에 반론을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지 학자들 중에는 유출 관련 이익을 추산하기 어려워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삼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김 교수는 추산할 수 없으면 과징금을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교수는 “벌은 일탈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며 “법 위반 시 형사처벌과 자유형은 삭제해야 하며, 과태료를 통한 제재를 기본으로 하고 과징금은 업계 현실을 고려해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소속 허준범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허 변호사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들이 과징금으로 인해 사업이 불가하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연쇄 효과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당국과 시민단체 관계자는 개정안에 명시된 과징금 부과 기준이 합당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병남 과장. / 사진=네이버TV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채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병남 과장은 “개정을 준비하면서 제재 규정을 형벌에서 경제벌로 전환한다는 대원칙이 있었다”며 “지난 데이터3법 개정에서 신용정보법에는 이미 전체 매출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규정이 이미 반영돼 시행되고 있지만, 금융업계에서 우려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평균 매출은 2억3400만 원인데, 과징금은 700만 원에 불과하다”며 “과징금 상향이 사업을 저해하거나 데이터산업 붕괴로 이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제시한 해외 사례는 일부에 그친다고도 해명했다. 유렵연합만이 아니라, 올해 개인정보법을 제정한 중국은 전체 매출의 5%, 캐나다는 입법예고한 개정안에서 3%, 미국의 경우 일 매출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과징금 부과 기준 결정에 국제 사회의 목소리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2019년 유엔으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기준을 5%로 상향하라는 권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과징금 상향보다는 하한선 마련과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업계 우려사항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시행령 연구반을 가동 중이고, 과징금 부과 시 고려 요소를 종전 3가지에서 8가지로 늘렸다”며 “경미한 위반은 과징금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고, 부과 기준은 합리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도 과징금 상향에 동의했다. 정 사무총장은 “불법 행위는 그 과정에서 얻은 이익보다 손해가 클 때 억제할 수 있어 과징금 상향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피해는 달라지지 않는데, 소규모 사업자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송요구권 도입 시 전송 비용은 누가 부담?

법무법인 광장 박광배 변호사. / 사진=네이버TV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채널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도입에 대해서도 법조계·학계와 정부·시민단체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전송요구권이란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가 자신 또는 다른 기업에 전송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법무법인 광장 박광배 변호사는 전송요구권 도입 시 전송의무자들의 영업비밀 노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름·이메일주소·주소·전화번호 등 정보주체가 제공한 정보를 옮기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기업의 노력으로 생성하거나 가공한 거래내역·검색이력 등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송요구권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비용 문제도 고민거리다. 전송 비용 및 전송을 위해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비용을 책임지는 당사자가 명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전송요구권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는 권리고, 사업자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공존한다”며 “성공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산업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제도를 안착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준범 변호사도 비용 문제 해소 필요성에 공감했다. 허 변호사는 “전송요구권 도입으로 인한 시간·인력·비용 문제를 정책적으로 고려했는지 의문”이라며 “정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를 도입하면서 데이터 표준화나 통일된 API 규격에 맞춰 구축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기술 가이드는 250쪽에 달하는 데다 일곱 차례나 개정됐으며, 사업자들이 비전을 정해놓고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기술적 문제를 겪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위 이병남 과장은 “전송의무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상 범위를 축소했고, 매출이나 개인정보 처리 능력 등도 고려했다”며 “데이터 표준화 비용 문제는 개인정보 관리 전문기관이 수행하게 돼, 전송의무자의 추가 비용 부담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송요구권 도입을 위한 시스템 정비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1~2년 유예기간을 둬 업계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전송요구권 도입은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정보주체 권리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며 “다만 당초 취지대로라면 전송이 대기업에서 소기업으로 향해야 하는데, 예상과 달리 반대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개인정보법 개정안 14개 법안을 병합해 23일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뉴스로드 김윤진 기자psnal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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