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신신애 팀장이 15일 열린 열린정부파트너십 글로벌서밋에서 발언하는 모습. / 사진=열린정부파트너십 글로벌서밋

[뉴스로드] 최근 공공데이터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스크, 요소수 대란 해소에 공공데이터가 기여하는 등 체감하기 쉬운 사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데이터 개방 범위가 넓어진다면 더 가치 있는 서비스도 탄생할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정부의 열린정부파트너십 글로벌 서밋이 15일 시작됐다. 열린정부파트너십이란 각국 정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시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민관협의체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대한민국, 공공데이터 추진 성과와 향후 방향’ 세션을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정부와 IT업계 인사들이 참석해 공공데이터법이 제정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정책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학생 손에서 비롯된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

NIA 신신애 팀장은 공공데이터 정책 방향성과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최근 DNA+(데이터, 네트워크, AI, 역기능 대응 사업)를 키워드로 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 중에서도 기반이 되는 것은 데이터”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데이터 고속도로 전략을 언급하면서, 막힘없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부는 2009년부터 공공데이터의 부가가치에 주목해왔다. 당시 고등학생 A씨가 ‘등교할 때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가면 시간낭비가 없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로 모바일앱 ‘서울버스’를 만들었다.

서울버스는 A씨가 혼자 이용하기 위해 개발했지만, 친구들의 권유로 앱마켓에 등록해 함께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 이용자가 늘자, 데이터 제공처인 서울시 서버에 부하가 걸려 앱이 먹통이 됐다.

정부는 서울버스 앱을 계기로 공공데이터에 대한 인식을 달리 했다. 당초 공공기관의 재산이므로 한정적으로만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국민과 기업들로부터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개방하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했다.

신 팀장은 공공데이터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정부가 생산한다는 점에서 공신력이 있고, 둘째는 국가 운영 중 데이터가 계속 생산된다는 지속성, 마지막은 방대한 데이터 규모다.

시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공공데이터법상 활용지원센터 설립 근거를 마련했고, 공공데이터 활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조정을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도 구성했다.

정부는 3년 단위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연 단위로 시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내년까지는 3차 기본 계획 기간이다. 이번 계획의 주요 특징은 ‘원칙적 개방’이다. 개인정보 보호나 기밀상 개방할 수 없는 공공데이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방한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모든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개방에 문제가 없는 공공데이터는 14만2000여 개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다시 분류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준수할 수 있는 데이터는 개방할 방침이다.

시민참여를 주도하는 것은 공공데이터포털이다. 공공데이터포털은 NIA가 운영하는 공공데이터 제공처다.  각 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파일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외부인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송하는 매개체) 형태로 개방하고, 이용자가 찾는 데이터가 없으면 신청도 가능하다.

◇수요자 중심 공공데이터 개방 성과도

‘버스 노선’ ‘공적마스크 판매 약국 목록’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위치’ ‘요소수 재고현황’

이는 정부가 기획적으로 생산한 공공데이터의 대표적인 예다. 신 팀장은 국내 공공데이터 정책 현황에 대해 “이제는 데이터 개방뿐 아니라,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만들어 제공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현재 민간에서의 공공데이터 활용 건수는 약 3000만 건이다. 서비스 개발로 이어진 사례는 2000여 개다. 이 중에서도 공적마스크 데이터는 개방 직후 5일 만에 관련 서비스가 출시됐다. 현재까지 150여 개 서비스가 누적될 정도로 민간 활용이 활발했다.

신 팀장은 “지난해 공적마스크 사례로 정부는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요소수 대란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스트 오원석 대표. / 사진=열린정부파트너십 글로벌서밋

데이터기업 리스트 오원석 대표는 “활용사례가 늘면서 공공데이터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시민사회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서비스의 탄생은 정부와 민간의 연결지점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축산 데이터를 활용 중인 앤틀러 나영준 대표는 “공공데이터 구축기관이 먼저 저희에게 연락해 품질을 자문하거나 불편은 없는지 물었던 적이 있어 감사했다”며 “함께 축산 데이터 기반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같이 찾고 돕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가의 어려움뿐 아니라 백신, 요소수, 버스 노선, 마스크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 대응하는 분위기가 공공기관에 형성돼 있다는 것 자체가 공공데이터 활성화의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기업들 “공공데이터 활용 편의성 제고해야”

이날 서밋에 참석한 기업들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며 느낀 불편에 대해 쓴소리도 냈다. 오원석 대표는 “로우데이터(Raw Data, 가공되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 확충도 필요하지만, 정형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메타데이터를 API 형태로 개방해 웹에서 서로 연결할 수 있으면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공공데이터포털의 사용자경험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봤다. 그는 “숨어 있는 유용한 데이터들이 많을 것이고 우리는 이를 우연히 발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검색 시 주제, 키워드가 아닌 데이터 제목별로 결과가 나타나 불편했다”고 말했다.

앤틀러 나영준 대표. / 사진=열린정부파트너십 글로벌서밋

나영준 대표는 정부도 공공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익 창출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더라도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나 대표는 “지금은 공공데이터 축적의 시대고, 다음 세대는 분석하는 시대로 갈 것”이라며 “데이터가 소수 전문가 손에 머물지 않도록 문턱을 낮춰 모두가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노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열린정부위원회 권오현 위원도 “시민들 더 다양하고 가볍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 늘었으면 좋겠다”며 나 대표 의견에 동의했다.

유용한 데이터를 더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나 대표는 “국가로부터 독점권을 부여받아 공공데이터를 생산하는 민간협회도 있지만, 개방 의무가 없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NIA 신신애 팀장은 “정부가 투자해 민간이 만든 데이터의 개방은 분명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 밖에 서밋에서는 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배치된 공공데이터 담당자는 전문성과 업무지속성을 요하지만, 인사이동이 잦아 정기적으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애로사항도 언급됐다. 공공데이터 개방이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국회의 입법조사 등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뉴스로드 김윤진 기자psnalism@gmail.com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