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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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일본에서 범죄자 식별 카메라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테러사건을 계기로 예방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일각에서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2일 제195회 회의를 열어 학계 인사들과 범죄자 식별 카메라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일본에서는 공공장소 방범 카메라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31일 발생한 케이오 전철 흉기·방화 난동사건을 계기로, 카메라에 범죄자 얼굴을 식별하는 기능을 추가해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 일본 공공장소에는 방범 카메라가 널리 보급된 상황이다. JR동일본여객철도는 수도권 모든 열차에, 케이오 전철의 경우 케이오선을 주행하는 728량 중 122량에 설치했다. 다만 대부분 객차 내 성추행 방지를 위한 ‘녹화용’인 탓에, 기관사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

범죄자 식별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이용객을 촬영하며 전과 여부를 가린다는 점에서 녹화용 카메라와는 결이 다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범죄를 사전에 저지하는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JR동일본은 지난 9월 범죄자 식별 카메라 도입을 추진하려다 사회적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취소한 바 있다. JR동일본은 개인정보위와 협의해 수배자·전과자 및 경비원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한 인물들의 안면인식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할 계획이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범죄자 얼굴 공개에 관대한 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일반인 안면인식 데이터도 본인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있다. 수집 목적과 문의 연락처만 공지하면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범죄자 식별 카메라의 사생활 침해 논란을 고려해 규제를 다소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얼굴인식 데이터 보존기간, 데이터 폐기 방법 명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나왔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개인정보 수집에 엄격하다. 개인정보법에서 정한 특수한 경우와 본인 동의를 받은 때를 제외하면 민간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일본처럼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범죄자 식별 카메라를 만들 수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AI 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본과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법무부가 수집한 공항 출입국자 얼굴사진 1억7600만 장을 IT기업들에 제공한 탓이다.

해당 IT기업들은 얼굴사진을 활용해 공항 내 위험인물 식별, 위험상황 탐지 등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시민 감시 등 악용 가능성이 있다며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정부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AI 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정보가 출입국 관리라는 본래 목적과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김윤진 기자psnal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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