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산재신청 40% 병원관계자, 간호사·요양보호사 최다

직종별 코로나19 산재신청 현황.(2020년~2021년 11월) 자료=용혜인 의원실
직종별 코로나19 산재신청 현황.(2020년~2021년 11월) 자료=용혜인 의원실

[뉴스로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인력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높은 노동강도에서 환자들을 돌보다 오히려 의료인력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구체적인 인력 충원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관련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한 노동자 중 의료인력의 비중은 모든 직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산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2021년 11월까지 총 577건의 산재보상이 신청됐는데 이 가운데 230건(39.9%)가 간호사, 의사, 요양보호사, 임상병리사, 장례지도사 등 병원관계자였다. 승인된 건으로 한정해도 전체(490건)의 41.8(205건)에 해당한다. 

특히 직종별로 보면 간호인력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83건, 14.4%)와 간호조무사(38건, 6.6%)가 전체 코로나19 산재신청의 21%를 차지했다. 개별 직종으로는 요양보호사(71건, 12.3%)가 간호사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환자와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면서 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간호·요양인력이 감염 위험에 가장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용혜인 의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중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동자들의 현황 파악을 하고, 어떤 직종이 제일 취약한지 파악하고자 분석했다”며, ”예상대로 병원관계자, 간호인력이 제일 취약해서 안타까웠고,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감염관리업무 스트레스, 불안·우울증 위험↑

감염 위험만이 의료인력이 처한 문제는 아니다. 확진자 수는 늘어나는데 인력은 제때 충원되지 못하면서 노동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어, 이로 인한 정신·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의료인력이 적지 않다. 

실제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코로나19가 의료인력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건양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4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학병원 두 곳에 종사하는 간호사 193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간호사는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환자를 간호하면서 추가된 감염관리업무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했다. 특히 열악한 근무환경, 피로 누적, 업무 증가 및 휴식 시간의 부재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간호사를 신체·정신적으로 소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관리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쌓이는 피로는 결국 질병으로 이어진다. 인제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6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간호 경험이 있는 간호사 131명을 조사한 결과 감염관리업무로 인해 신체·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낄수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감 등으로 고통받을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상 초유로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간호사는 실무현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외상성 사건으로 인하여 심각한 불안과 소진을 경험할 수 있다”며 “병원에서 가장 환자와 접촉이 많은 간호사는 업무 특성상 높은 직무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소진을 경험하고 이는 간호사의 직무만족을 저하시켜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높은 이직률을 초래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과장은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에서 “신종감염병 유행 시기에 관련 보건의료업무 종사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다른 문화, 다른 환경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은, 자기보고식 도구를 사용하여 평가하였을 때 상당수가 임상적인 수준의 PTSD, 불안, 우울, 불면, 번아웃 증상을 유행 급성기와 종식 이후까지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의료인력 이탈 막으려면 추가 인력 확충 절실

팬데믹 상황에서 과중한 감염관리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의료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인력 충원이다. 실제 연구자들도 인력 충원을 통한 업무환경 개선을 핵심적인 대책으로 꼽고 있다. 인제대학교 연구팀은 “간호사의 우울과 소진은 간호사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기보다는 인력보충을 통한 휴식시간 보장과 병원기관과 보건의료정책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소희 과장 또한 명확한 업무 분장과 효율적 업무 환경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인력풀이 여유 있게 준비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인들도 정부가 인력 충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8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대응의 핵심은 환자를 치료할 의료인력의 확보"라며 "안정적인 병상 확보 및 효율적인 병상 운영을 위해서라도, 인력 부족과 소진·이직을 막기 위한 인력확충·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정부의 행정명령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인력 충원에 대해선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인력 확충 없이 환자가 밀려들어오는데 병상만 늘어나니 현장은 인력을 갈아넣고 버티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부 또한 5차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부족한 병상은 확보하는 한편, 인력 확충을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새로 확충된 병상에 투입돼야 할 의료인력을 약 12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며, 파견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도 일부 보조할 방침이다. 또한 업무 위험에 따라 수당을 차별화하고, 병원 소속 근무인력에 대해서는 월 150만원 가량의 감염관리수당을 지급하는 등 노동강도에 맞춰 보상도 높이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병상을 약 1만개 확충하는 1200명의 추가 인력이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보건당국이 오랜 감염관리업무로 지친 의료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최선의 대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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