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해외 법원 판결 사례는?
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해외 법원 판결 사례는?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2.01.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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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5일 정례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5일 정례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뉴스로드] 법원이 정부의 방역패스에 제동을 걸면서 다시 백신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 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지난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의 시설은 행정소송 본안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방역패스 적용이 일시 중단된다. 

법원의 결정에 잠잠해졌던 백신무용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국내외에서 돌파감염 사례가 증가하면서, 백신을 접종해도 감염을 피할 수 없다면 굳이 엄격한 방역패스까지 적용해가며 접종을 독촉할 이유가 없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 법원, "방역패스 중단, 공공복리에 악영향 없다"

다만 법원은 백신의 효능이 아니라 방역패스 적용의 사회적 손익을 따졌기 때문에, 집행정지 인용을 ‘백신무용론’의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방역패스에 대한 집행정지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방역패스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방역패스를 중단해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법원은 방역패스로 인해 학생들이 학습시설을 이용하는데 상당한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명백한 학습권의 침해라는 점에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방역패스를 중단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이 있느냐다. 법원은 지난 12월 2주차(5~11일) 코로나19 감염 통계에서 12세 이상 감염률이 미접종자는 0.15%, 접종자는 0.07%로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접종·미접종 집단의 감염 위험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봤다. 만약 백신 미접종자가 접종자보다 감염 및 2차 전파의 위험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없다면, 방역패스 중단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 접종·미접종 간 감염·중증·사망 위험 차이 뚜렷

하지만 정부는 법원이 단 일주일간의 자료만을 근거로 방역패스 집행정지를 인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감염확률은 시점에 따라서 변동하며, 또한 누적되는 총 환자 규모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한 주차의 통계자료로 (감염확률을) 분석하게 되면 아무래도 방역적인 의미는 크게 퇴색된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이어 “총 기간의 누적을 보거나, 과거부터의 변화 추이를 함께 고려하면서 분석을 해야 한다”며 “한 주차 자료만을 분석하면 데이터의 선택 과정에 의한 오류 발생의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을 오랜 기간동안 누적된 통계자료를 통해 비교하면 어떤 차이를 보일까?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4월 3일부터 12월 25일까지 확진자 50만582명을 분석한 결과 3차 접종자가 돌파감염 후 위중증 또는 사망에 이를 확률은 0.28%로 미접종 및 1차접종자(4.37%)보다 93.6%나 낮았다. 

해외 통계도 같은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4~10월 접종·미접종자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미접종자의 감염 및 사망 위험은 접종자에 비해 각각 5배, 14배나 더 높았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접종자와 부스터샷 접종자를 비교했을 때 감염 확률은 10배, 입원 확률은 17배, 사망 확률은 20배 더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돌파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의 효용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비슷한 논란이 지난해에도 발생한 바 있다. CDC는 지난해 여름 축제 기간 매사추세츠주 반스터블 카운티에 방문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에 대한 분석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총 469명의 확진자 중 74%(369명)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백신무용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CDC조차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지침을 수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헤리티지재단이 해당 보고서를 다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백신무용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CDC 보고서에는 반영되지 않은 백신 접종률을 고려해 다시 분석한 결과,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이 크게 차이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 헤리티지재단은 축제 참여 인원 6만명과 백신접종률 90%를 포함해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는데, 그 결과 접종자의 감염확률은 1.21%로 미접종자(4.67%)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 공익 vs 자유, 방역패스 논쟁의 결론은?

이처럼 백신이 미접종자를 감염과 중증, 사망의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거나 방역패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사회적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르면 이달부터 취학 아동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나,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도 방역패스 도입에 따른 시위가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방역패스나 백신 의무화에 대한 해외 법원의 판단은 제각각이다. 프랑스의 헌법재판소인 헌법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8월 보건패스(pass sanitaire)에 대해 “헌법적 요구들 사이에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루었다”며 일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위원회가 위헌으로 판단한 규정은 ▲비정규직 근로자 계약 종료 규정과 ▲검사 결과 양성 진단자에 대한 일괄적 격리의무 규정뿐이었다. 

반면 미국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3일 35명의 특수부대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해군과 국방부가 군인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예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8월 현역 군인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바 있다. 

이처럼 백신 접종 의무화나 방역패스는 공중보건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조치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곧 열릴 본안소송에서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자유를 두고 벌어지는 방역패스 논쟁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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