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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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4차 접종이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4차 접종의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변이에 특화된 백신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하고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과 미국 정도다. 이스라엘은 지난달부터 면역저하자 및 요양시절 거주 고령자 등에 대한 4차 접종을 실시해 고령자 전체 및 의료진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주부터 일부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허용했다. 

3차에 이어 4차 접종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스라엘 연구진이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의 면역효과는 2차 접종 후 6개월 뒤 크게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0년 12월 19일부터 지난해 7월 9일까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4868명을 조사했는데, 2차 접종 6개월 후 IgG(면역글로불린G) 수치가 크게 낮아지고, 중화항체 또한 78% 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면역력이 약하거나 65세 이상의 고령자의 경우 감소폭이 더 컸다.

이 때문에 3차 접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4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 것.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 또한 지난 5일(현지시간) “부스터샷의 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것”이라며 “기저질환자나 고령자는 올가을부터 앞으로 수년간 매년 부스터샷을 맞아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4차 접종, 오미크론 예방효과 불확실

문제는 4차 접종의 효과에 대한 신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4차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스라엘에서는 4차 접종의 감염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셰바 메디컬 센터는 17일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부스터샷 효과에 대한 초동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셰바 메디컬 센터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4차 접종한 직원 각각 154명, 120명의 1~2주 후 예방효과를 측정했는데, 4차 접종을 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항체량은 늘어났으나 3차 접종에 비해 예방효과가 소폭 증가했을 뿐 오미크론 예방 효과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셰바 메디컬 센터의 4차 접종 책임자인 길리 레게브-요하이 박사는 “이전에 출현했던 코로나19 변이에 효과적이었던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 예방에는 덜 효과적이었다”며 “4차 접종 후 3차 접종 때보다 항체가 늘어났지만, 4차 접종 후에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는 사례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재무장관(63)은 4차 접종을 마쳤음에도 지난 15일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복된 추가 접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럽의약품청(EMA)의 백신 전략 책임자 마르코 카발레리는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짧은 간격으로 백신 접종을 반복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장기 전략이 아니다”라며 “4개월마다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것은 면역 체계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추가 접종이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연구진에 따르면, 3차 접종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증 예방 효과는 80~86% 수준으로 추정된다. 델타 변이(97%)에 비하면 중증 예방 효과가 낮은 편이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수치다. 

하지만 아직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출된 추정치인 만큼, 기존 백신의 반복된 접종이 새로운 변이에 대응하기 충분한 전략인지에 대해서는 더 진전된 연구가 필요하다.

◇ 오미크론 변이 특화 백신, 이르면 3월말 보급

이처럼 기존 백신의 추가 접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오미크론 변이에 특화된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기술자문가그룹은 지난 11일 “기존 백신을 반복적으로 추가 접종하는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며 “연속적인 추가접종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면역 효과가 광범위하고 오래 지속되는 백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모더나, 화이자 등은 오미크론 변이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백신을 개발 중이다. 우선 모더나는 오미크론 변이 특화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수주일 내로 시작해 3월 중 보건당국에 관련 데이터를 보고하고 가을부터는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화이자의 경우 이르면 오는 3월말 오미크론 특화 백신을 5000만~1억회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4차 접종 도입 여부에 대해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지난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비대면 기자단 설명회에서 “이스라엘에서 4차 접종이 덜 효과적이라고 했는데, 관련 연구를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연구결과 하나만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지켜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화이자 등에서 오미크론 특화 백신을 개발할 경우 즉시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백신 도입 계약 당시 당시 새 변이에 맞는 백신이 개발되면 도입할 수 있도록 이미 협약이 되어있다”며 “4차 접종에 대해서는 방역 상황과 3차 접종 효과 지속기간 등을 고려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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