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용혜인 의원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용혜인 의원실

[뉴스로드] 8년째 미뤄지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건조정위를 당장 열어 대표적인 민생법안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통과시키고, 2월 임시국회에서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회적경제는 단순 영리가 아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경제활동으로,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환경파괴, 빈부격차, 지역소외, 실업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농어업법인단체 등이 대표적인 사회적경제기업으로 꼽히며, 이들은 기업활동으로 얻은 이윤을 일자리 창출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재투자하고 있다. 

용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용의 저수지로서 사회적경제의 가치는 전사회적으로 주목받아야 한다”며 사회적경제가 약 140만개의 고용 창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유럽연합(EU)의 사회적경제조직 수는 약 280만개로 EU 전체 고용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1.1%(2019년) 수준인 한국에 비해 5% 이상 비중이 큰 셈이다. 

용 의원은 “고용률 5%p를 2021년 말 기준 취업자 숫자에 적용하면 약 140만명”이라며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양질의 140만 개 일자리 만드는 출발점인데, 두 거대정당은 법안 발의한 지 8년이 넘은 이 법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지는 벌써 8년이 지났다. 한국에도 이미 여러 방식으로 사회적경제가 작동하고 있지만,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 실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기업은 각각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정부 등 관할 부처가 전혀 다르다. 시장경제와 운영원리가 전혀 다른 사회적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비효율적 지원체계를 개편하고 통합적인 사회적경제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1년 이후 스페인, 에콰도르, 멕시코,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이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법률을 제정해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지난 2013년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제정한 퀘백주는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5년마다 사회적경제 정책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법률 제정 이전인 1996년부터 정부 지원으로 설치된 사회적경제협의체 ‘샹티에(Chantier)’를 정책 결정 과정의 중요 파트너로 삼고 있다. 실제 퀘백주는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와 함께 세계 3대 사회적경제 모델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승민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시작으로 19~20대 국회에서만 총 6차례나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는 윤호중, 강병원, 김영배, 양경숙(이상 더불어민주당), 장혜영(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5건이 계류된 상태다. 이 법안들은 대부분 사회적경제를 정의하고 정부의 지원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2020년 9월 내놓은 윤호중·강병원 의원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살펴보면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한 다양한 찬반근거가 정리돼있다. 찬성 측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함으로서 사회적 자본 확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안전망 확충, 양극화 해소, 노동·소비·금융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복잡한 지원체계를 개편해 기획재정부가 사회적경제 지원을 총괄하도록 하면 재정지원 및 민원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반대 측은 ▲사회적경제 부문의 자생성과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고 ▲현행 개별법 외에 별도의 기본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떨어지며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이 획일화될 수 있고 ▲정부 및 지자체 업무가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 정부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사회적경제기본법, 사회적가치법, 판로지원법 등 '사회적경제 3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사회적경제를 핵심 의제로 삼거나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대선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선 이후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은 국회가 2월 중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27일 기자회견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800만 사회적경제인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대선에서 법 제정에 미온적인 정당들을 투표로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경제가 핵심 의제로 부각되고 관련 법 제정이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