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보도된 베이징 올림픽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보도된 베이징 올림픽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지난 4일 개막한 2022 베이징 올림픽이 경기보다는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개회식에 한복이 등장한 것을 두고 ‘한복공정’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쇼트트랙 등에서 모호한 판정이 반복되면서 언론 또한 개최국인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 ‘한복공정’, ‘편파판정’에 얼룩진 베이징 올림픽

빅카인즈에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올림픽’과 ‘중국’, ‘베이징’을 함께 검색한 결과 5일간 총 2162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 7일 593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됐으며, 8일 또한 468건이 보도된 상태다.

베이징 올림픽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 키워드는 ‘금메달’이었는데, 이는 경기 결과를 보도하는 짧은 기사의 수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황대헌(강원도청), 이준서(한국체대) 선수의 이름도 연관 키워드 목록 상위권에 올랐다. 두 선수는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각각 조 1위,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돼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 선수 없이 치러진 결승에서도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헝가리의 류사오린 선수가 중국 런쯔웨이 선수와의 접촉을 이유로 실격당하면서 결국 금메달은 중국의 차지가 됐다.

이 때문에 중국의 편파판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7일 경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실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단 여러분이 진정한 승자”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또한 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올림픽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공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언론 또한 쇼트트랙 판정에 대해 비판적이다. 실제 주요 일간지의 관련 기사 제목은 “‘중국 동계체전이냐’... 텃세판정으로 딴 그들의 금메달”(조선일보), “이렇게 잡아당겨도 금메달... 中에 이기면 실격 ‘막장 편파판정’”(중앙일보), “중국, 논란 없는 금메달 없다... ‘편파’로 얻은 중간순위 4위”(세계일보), “중국 쇼트트랙, 1위 없이 금메달을? 실격, 또 실격”(국민일보) 등 비판적인 표현으로 가득했다. 서울신문은 7일 밤 “그냥 개최국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는 문장이 열 번이나 반복된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 삭제하기도 했다. 

‘개회식’과 ‘문화공정’도 베이징 올림픽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연관 키워드였다. 이는 지난 4일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자 중국이 한복을 자기 문화라고 주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한복공정’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외교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7일 “한복이 우리 전통의 의복 문화라는 것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며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서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한복공정 논란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중국 정부에 항의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럴 필요성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신문은 7일 사진=서울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신문은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판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 삭제했다. 사진=서울신문 온라인판 화면 갈무리

◇ 언론, “중국 문화침탈에 정부 대응 미온적”

올림픽이 개막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언론의 관심은 경기보다는 개회식에서 벌어진 한복공정 논란에 집중되고 있다. 한겨레는 6일 사설에서 “(소수 민족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들의 고유한 의상을 입고 개막식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조선족 참가자가 한복을 입고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논란을 별일 아니라고 넘길 수 없다는 점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고구려와 발해를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문화 영역에서도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복 논란이 일었다”며 “중국의 일방주의가 특히 청년세대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반중정서’를 자극하고 있다는 걸 중국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매체는 한복공정 논란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했다. 서울신문은 7일 사설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이 한복 논란에 항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우리나라를 대표해 개회식에 참석한 공식 사절이 눈앞에서 조국의 고유문화가 부정당하고 있는데도 덤벼들어 얻을 게 없다며 발을 뺀 것”이라며 “대체 어느 나라 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외교는 감정을 앞세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사안 앞에서조차 항의 한마디 못 하니 대중(對中) 굴종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정부는 올림픽 정신에도 어긋나는 중국의 반(反)문화적 행태에 즉각 공식 항의하고, 한복이 우리 고유의 문화임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적·외교적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한복 논란을 외교 문제로 확대할 것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자국 제일주의에 취한 중국의 문화 침탈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 차원에서 고구려, 발해 역사를 자국사로 왜곡하는 동북공정으로 우리와 외교적 갈등을 빚었다. 이후에도 한복, 김치 등 우리 고유문화가 자국 유래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을 향해 우리 고유 문화를 존중해 주도록 요구한다는 외교 당국의 대응이 너무 점잖게만 들린다. 중국의 억지 주장에 맞서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도 더 힘써야 마땅하다”고 조언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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