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디자이너 A씨가 디지털 서체회사 B사 서체를 받은 네이버 자료실 모습. / 사진=오픈넷

[뉴스로드] 최근 무료 서체를 상업적 이용하면서 소송을 당하는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 사용 범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이를 서체회사가 명확히 표기하지 않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개인 디자이너 A씨와 디지털 서체회사 B사 간 서체 저작권 소송 사례를 10일 공유했다. 앞서 A씨는 B사가 무료로 배포한 서체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피소됐다.

A씨는 B사 서체를 현재는 폐쇄된 네이버 자료실에서 무료로 받았다. 이후 모 회사 누리집을 디자인하면서 B사 서체를 이용했다.

B사는 자사 누리집과 네이버 자료실에 서체를 게시하면서 비영리적 용도로만 사용할 것을 명시했다. 서체를 받을 경우 사용 범위에 관해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B사는 A사가 이러한 이용약관을 어겼다고 판단해 33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창원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지난달 14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용 범위 프리 - 개인, 국내’라는 안내가 개인이 국내에서는 자유롭게 이용해도 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점 ▲상세 이용약관이 서체 다운로드 버튼과 멀리 떨어진 곳에 기재돼 있어 인지하기 어려웠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민사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오픈넷은 최근 디자인업계에서 ‘저작권 합의금 장사’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사용 범위를 불분명하게 표기한 서체를 무료로 제공하고, 민형사상 소송을 남발하는 서체회사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씨가 사용 범위를 실제로 인지하지 못했는지, B사에 고의성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번 사례 교훈은 디자이너들이 사용 범위를 꼼꼼히 살피고, 서체회사는 눈에 띄는 곳에 안내해야 서로 송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체회사들은 사용 범위를 대체로 자사 누리집이나 공유 플랫폼에서 안내한다. 주로 활용하는 방법은 미국 비영리기구 크리에이티브커먼즈가 만든 CC(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기)다. 크리에이티브커먼즈는 사용 범위를 이용자들에게 명확히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CC는 전세계에서 콘텐츠 저작권 표기에 활용한다. CC 대신 산업 특성을 고려해 직접 구성한 사용 범위를 기재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경우 ‘공공누리’라는 자체 방식도 이용한다.

저작권 표기 모범 사례로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유명한 무료 서체 누리집 ‘눈누’가 있다. 눈누는 무료 서체 다운로드 경로를 중개해주는 누리집이지만, 사용 범위를 인지하기 쉬운 곳에 알리고 있다. 단, 정확한 사용 범위는 서체회사 누리집과 대조해 보고, 다를 경우 서체회사 안내를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공군이 저작권을 소유한 ‘강한공군체’를 눈누와 공군 누리집에서 살펴 보면, ‘누리집 디자인’ ‘인쇄물’ ‘영상물 자막’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 로고 디자인’ 등에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다고 표기했다. 하지만 임베딩(Embedding, 전자책을 만들거나 누리집 기본 글꼴로 내장하는 일)과 개작 및 유료 판매는 금지한다.

강한공군체 사용 범위. / 사진=눈누 누리집
강한공군체 사용 범위. / 사진=공군 누리집

디자이너들은 이 같은 자체 기준이나 CC, 공공누리, 별도 이용약관 등을 서체 이용 전에 확인해야 한다. 서체회사들도 디자이너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약관을 잘 보이는 곳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

뉴스로드 김윤진 기자psnal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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