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야놀자(왼쪽)와 여기어때의 광고 캠페인. /각사 유튜브 캡처
올여름 야놀자(왼쪽)와 여기어때의 광고 캠페인. /각사 유튜브 캡처

[뉴스로드]  '야놀자'의 숙박업소 정보를 빼돌린 '여기어때'가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재차 판결했다. 이는 미공개 정보의 '크롤링(자동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이 불법임을 알린 첫 판결로 주목박고 있다.

26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광만 김선아 천지성)는 전날(25일) 야놀자가 여기어때를 상대로 낸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여기어때는 지난 2016년부터 경쟁회사인 야놀자의 모바일용 앱 서버에 접속해 제휴 숙박업소의 업체명·업체번호·주소·가격 등과 같은 정보를 복제해 이용했다.

1심 재판부는 "여기어때는 야놀자가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에 편승해 이익을 얻었고 이로 인해 야놀자는 경쟁력이 저하되는 손해를 입었다"며 여기어때의 손해배상 금액을 10억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어때 측은 "공개된 정보를 검색했을 뿐이다"며 "정보의 검색은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허용되는 정당한 사업 활동인 '시장 현황 파악'이다"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도 여기어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휴 숙박업소 정보를 서비스 이용자를 위해 공개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누구나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든 자유롭게 복제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휴 숙박업소 정보를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취득하고, 이 정보를 영업에 활용했다"며 "후발주자인 여기어때가 야놀자에 편승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중 '이 사건 제휴 숙박업소의 정보 전부 또는 일부를 복제·반포·전송·양도·판매·보관해선 안된다고 주문'한 금지 청구 부분은 취소했다.

2심은 "야놀자 서버에 저장된 업체명, 업체주소, 방이름 등 정보들은 모두 공개되어 있는 것으로 이를 취득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며 "판결의 주문은 그 내용이 '특정' 돼야 하나 사실상 재판기관이나 집행기관이 취득 정보를 구별할 수 없어 금지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건은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까지 ‘크롤링(자동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야놀자는 2016년 자사 서버에 접속이 몰려 장애가 발생하자 원인을 분석, 여기어때가 숙박업소 정보를 대량으로 탈취했다 보고 수사 당국에 고소했다. 2018년 2월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여기어때는 2015년부터 수기로 모으던 야놀자의 숙박 정보를 편하게 모으기 위해 2016년 1월 야놀자 서버에 저장된 숙박 업소 정보를 모두 불러오는 기능을 탑재한 크롤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같은해 10월까지 야놀자가 제공하는 숙박업소명, 입·퇴실 시간, 특별 객설 서비스 판매 개수 등 대다수 정보를 확보했다. 야놀자의 영업 전략 및 현황을 파악하고, 자사의 영업전략 수립 용도로 사용했다.

1심은 10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기어때의 당시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야놀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알면서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위해 제휴 숙박업소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정보통신망 침해,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 형사소송에선 지난 5월 대법원은 심명섭 전 위드이노베이션(현 여기어때컴퍼니)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 회사의 앱을 통하지 않고 이 사건 서버에 접속했다거나 크롤링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정만으로 접근권한이 없거나 접근권한을 넘어 피해자 회사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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