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서거 애도...대변인 "영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양국 관계 점점 더 강해져"
찰스 3세가 왕위 계승...74세에 왕위 오른 찰스3세, 64년간 왕세자로 '즉위 대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연합뉴스

[뉴스로드]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했다.

영국 왕실은 8일(현지시간)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고 밝혔다.

왕위 계승권자인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국왕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여왕은 25살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뒤 영국의 군주와 영연방의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

영국 최장수 군주이면서 세계 역사상 두번째로 오랜 기간 재위하며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여왕은 즉위 70년 만에 임무를 내려놓게 됐다.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6일에 신임 총리를 임명하는 등 최후까지 역할을 충실히 다했다.

이날 왕실이 여왕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공개한 후 왕실 직계 가족들은 속속 밸모럴성에 모여들었고 BBC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여왕 관련 소식을 생중계로 전하는 등 전국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2021년 4월 아버지 필립공 장례식 당시 촬영된 찰스 당시 왕세자의 모습. /연합뉴스
2021년 4월 아버지 필립공 장례식 당시 촬영된 찰스 당시 왕세자의 모습. /연합뉴스

왕위 승계 찰스 "가장 슬픈 순간…깊이 애도"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서 왕위를 승계한 찰스 3세 국왕은 어머니의 죽음을 깊이 애도했다.

그는 이날 애도 성명을 통해 "친애하는 나의 어머니 여왕의 서거는 나와 가족 구성원들에게 가장 슬픈 순간"이라고 밝혔다.

찰스 국왕은 "우리는 소중한 군주이자 사랑받았던 어머니의 서거를 깊이 애도한다"며 "온 나라와 왕국, 영연방 그리고 전 세계인이 여왕을 잃은 상실감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도와 변화의 기간, 우리 가족과 나는 여왕에게 향했던 폭넓은 존경과 깊은 애정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받고 견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로 큰아들 찰스 왕세자(74)가 거의 평생 기다린 끝에 드디어 찰스 3세로 왕위에 오르게 됐다.

일찌감치 왕세자로 낙점된 준비된 국왕이고 환경보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지만 다이애나비와의 이혼, 사우디 등에서 거액 기부금 수수 등으로 어머니와 비교해 인기가 크게 떨어진다.

찰스 왕은 1948년 11월 14일 여왕과 남편 필립공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1952년 여왕이 즉위하면서 거의 평생 승계 1순위였다.

여왕이 영국 최장수 군주인 만큼 찰스 3세도 9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Prince of Wales)로서 책봉된 이래 무려 64년간 즉위를 기다린 기록을 남겼다.

찰스 3세 아래로는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가 있지만 다음 승계 순위는 찰스 3세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와 그의 자녀들이 된다.

찰스 3세는 고령으로 건강이 불편한 여왕을 대신해서 최근 역할 대행을 늘려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의회 '여왕 연설'(Queen's speech)이라는 주요한 헌법적 기능을 수행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뒤 공군과 해군에 복무하고 1981년 다이애나비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다이애나비의 인기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뜨거웠지만 찰스 3세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들은 윌리엄과 해리 왕자 두 아들을 낳았지만 1996년 이혼했다.

이 과정에 다이애나비가 BBC 인터뷰에서 남편이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찰스 3세와 커밀라 파커 볼스는 각자 결혼하기 전에 사귀었던 사이다.

다이애나비가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쫓기다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다이애나비 추모 열기가 끓어오르는 만큼 찰스 3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치솟았다.

이후 비난이 다소 잦아들고 찰스 왕은 2005년 커밀라와 결혼해서 잘 지내고 있으며 올해 초 여왕이 커밀라를 왕비(Queen Consort)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영국인의 마음을 완전히 다시 사지 못하고 있다.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 플래티넘 주빌리에 참석해서 여왕을 향한 존경과 사랑을 표한 영국인들조차도 찰스 왕에게는 엇갈린 반응이었다.

찰스 3세는 왕세자로 오래 지냈고 기후변화 대응 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왕실을 잘 이끌 것이란 의견이 있었지만 다이애나비 사건을 잊을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이들도 많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바이든 "타의 추종 불허하는 존엄한 지도자"
유엔 사무총장 "품위와 위엄, 전 세계에 걸친 헌신 존경" 트럼프 "누가 더 위대할 수 있을까" 오바마 "고유한 역할 만들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새로 즉위한 찰스 3세 국왕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여사와 공동 성명을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군주 이상이었다. 그는 시대를 규정했다"며 "지속적인 변화의 시대에 여왕은 영국인에게 안정과 자존심의 지속적 원천이었다"고 기렸다.

이어 "여왕은 전 세계인이 개인적이고 즉각적인 유대를 느낄 수 있는 최초의 영국 군주였다"며 "전 생애를 그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강조했다.

또 "여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엄한 지도자였으며, 기반암과 같은 미국과 영국의 동맹을 지속해서 심화시켰다"며 "우리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추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82년 상원의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인연을 언급하며, "9·11 사태 이후 가장 암울했던 시기 미국의 편에 서서, '슬픔은 우리가 사랑에 지불하는 대가'라는 사실을 깨우쳐줬다"고도 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 즉위하는 찰스 3세와도 지속적인 우정을 이어가길 기대한다면서 "전 미국의 염원과 애도가 영국의 슬픔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공공 기관과 군에 조기 게양도 지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 도중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의 마음과 생각은 여왕의 가족과 영국 국민에게로 향한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오전에 열린 유럽 등 동맹과 우크라이나 대책 회의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건강을 언급하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에게 염려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타계 소식에 예정됐던 코로나19 대응 관련 연설을 취소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추모 성명을 내고 "영국의 최장수, 최장기 국가원수로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품위와 위엄, 전 세계에 걸친 헌신으로 널리 존경받았다"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탈식민지화를 포함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수십 년간 안도를 주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또 "엘리자베스 2세는 유엔의 좋은 친구였고 50년이 넘는 시차를 두고 뉴욕 유엔본부를 두 번이나 방문했다"며 "자선과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헌신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자국민을 위해 흔들림 없이 평생을 헌신한 엘리자베스 2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세계는 오래도록 그의 헌신과 지도력을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전직 미국 대통령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국 신생 GB뉴스에 "누가 그보다 더 위대할 수 있겠느냐"며 "오랜 기간 어떤 실수도 없이 너무나도 잘 해왔다"고 애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품위와 위엄, 지치지 않는 집무 윤리 등으로 고유한 여왕의 역할을 만들어냈다"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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