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에 주가 전 거래일 대비 7.89% 하락
'피라맥스' 임상시험 지연 사태까지 덮쳐

신풍제약 오너 장원준 사장. /신풍제약. 뉴스로드 편집
신풍제약 오너 장원준 사장. /신풍제약. 뉴스로드 편집

[뉴스로드] “신풍제약의 횡령 이슈는 장기간 이어져온 회계부정이 배경일 가능성이 있다”

​10년 이상 각종 비리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수사를 받고 있는 신풍제약. 이번에는 수백억원대 횡령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신풍제약이 지난 2000년 중반부터 의약품 원료 납품업체와 허위 거래하고, 원료 단가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관련 임원 3명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입건됐고, 오너인 장원준 대표에 대한 의혹도 증대되고 있다.

급기야 검찰이 납품업체와 거래내역을 조작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신풍제약을 15일 압수수색까지 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용처를 밝히지 못하고 송치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돈이 흘러간 경로를 살펴보고 있다. 애초 신풍제약의 비자금 규모는 250억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의 1차 수사 결과 57억원으로 추려졌다. 비자금 조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 유제만 대표는 물론 장용택 전회장의 아들인 장원준 전 사장도 수사 대상이 될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성상욱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신풍제약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신풍제약 본사와 공장, 임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 10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 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신풍제약은 2010년대부터 장기간 의약품 원료사와 허위로 거래하고, 원료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 등을 통해 57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관련 자료 검토 끝에 신풍제약 내부의 수상한 자금 흐름과 비자금 용처의 실마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도 이와 관련한 내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신풍제약의 실제 비자금 규모는 경찰단계에서 파악된 것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단계보다 좀 더 포괄적인 범위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추가 혐의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관련자들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풍제약의 유제만 대표이사 /신풍제약 제공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이사 /신풍제약 제공

신풍제약이 구조적으로 경영부터 회계까지 전반적으로 기업을 감시, 통제할 기구의 부재 혹은 취약성이 의심된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장원준 대표가 기업을 장악, 개인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서 회계 부정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불법 리베이트와 분식회계 논란으로 대표이사를 사임한 장원준 대표는 지난 2016년 신풍제약의 최대주주인 송암사를 설립해 경영에 복귀하고, 신풍제약 자회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의혹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신풍제약이 10년 이상 각종 부정행위로 수사를 받고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볼 때, 횡령과 비자금이 계획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이루어 졌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 윤리성과 지배구조의 수준이 높은 기업은 횡령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구체적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높을수록 ▲독립적인 이사회의 지분이 높을수록 ▲이사회 근속기간 길수록 ▲기업과 관계성이 낮은 독립적 기능의 구성원이 많을수록 ▲감사위원회가 존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수록 ▲내부 회계관리 인원의 수와 경력이 많을수록 회계부정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신풍제약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 전용 공장 /연합뉴스
신풍제약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 전용 공장 /연합뉴스

한편, 신풍제약은 지난 2020년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테마주로 주가 상승률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유망한 회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주가의 수직상승 이면에는 거품이 있었고 오너 일가는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거래행위를 반복하는 사익편취형 경영행태를 보여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신풍제약은 1962년 설립된 의약품 제조업체로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중견 제약사다. 1990년 상장한 후 2016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피라맥스를 자체개발한 것으로 유명하고 관절기능개선제, 혈압약이나 소염진통제 같은 여러 종류의 복제약을 판매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송암사로 주식의 33.42%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창업주의 자녀인 장지이(1.81%), 장호숙(1.45%), 장원준(.0.19%) 등이 신풍제약의 주요 주주다.

송암사는 2016년 4월 6일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오너 일가의 신풍제약 지분을 넘겨 받아 신풍제약 최대주주가 됐다. 신풍제약 지분을 송암사로 현물 출자한 오너 일가는 고 장 회장의 아들 장원준 사장을 비롯해 어머니 오정자 씨 등 5명이다. 

당시 장원준 사장(19.04%)과 어머니 오정자 씨 (6.54%)의 지분이 송암사로 넘어갔다. 현재 장원준 사장은 2018년 말 현재 송암사의 72.91%를 보유하고 있다. 장 사장의 송암사가 사실상 지주사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89% 하락한 2만2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11% 이상 떨어져 2만18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풍제약은 2020년 증시에서 코로나19 수혜주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아 이 해 9월엔  한때 21만원까지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신풍제약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피라맥스' /연합뉴스
신풍제약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피라맥스'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해 7월 피라맥스의 국내 임상 2상 시험 결과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풍제약의 주가는 장기간 하락했다. 16일 기준 신풍제약의 종가 기준 주가는 2만2750원이다.

신풍제약은 2021년 8월 27일부터 2022년 8월 27일까지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환자를 모집하지 못하고 있어 임상 완주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전 세계 확산과 백신처방 확대로 엔데믹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셀트리온이 임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뉴스로드 홍성호 기자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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