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물가 상승 속 장례식으로 ‘3조 6000억’ 손실

웨스트민스터 사원내로 운구되는 여왕의 관 /AP 연합뉴스
웨스트민스터 사원내로 운구되는 여왕의 관 /AP 연합뉴스

역대 최대 규모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됐다. 영국에선 몇 시간씩 줄을 서며 여왕을 조문한 시민들이 많았지만 57년 만에 치러지는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국장이 불편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폭스비즈니스는 18일 여왕의 장례식으로 영국 경제가 약 23억파운드(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손해를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런던 베스널그린에 사는 에릭(26)은 여왕의 죽음이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유례없는 고유가·물가 상승으로 그 어느 때보다 먹고 살기 어려워진 와중에 장례식을 여는 데 세금이 쓰인다는 게 화난다고 말했다. 리버풀 시민인 샤론 로스(60)는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사람들을 매일같이 본다며 여왕의 장례식에 수반되는 화려함이 “충격적이고 역겹다”고 르몽드에 전했다.

영국은 지난 7월 물가상승률이 10.1%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씨티뱅크는 내년 1월에는 물가상승률이 18%를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집배원, 철도 근로자 등 공공 부문 노동자들은 실질 임금이 줄어들었다며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례식에 엄청난 비용이 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임신 8개월 차인 댄 오브라이언(23)은 “ 여왕 장례식 날 모든 진료를 취소하기로 했다는 병원 측 전화를 받고 나서 엉엉 울었다”고 NBC에 말했다. 그는 제1형 당뇨병 환자로, 진료를 받기 위해 3주 동안 산부인과 내원만 기다려온 참이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인력 부족까지 겹치며 이달 기준 병원 대기자는 사상 최대치인 680만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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