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허영인 회장/연합뉴스
SPC그룹 허영인 회장/연합뉴스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허영인 회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허영인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에 삼립에 팔았다.

이를 통해 샤니는 58억 1천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 6천만원의 손해를 각각 입었고, 삼립은 179억 7천만원의 이익을 봤다.

당시 SPC그룹은 밀다원이 생산하는 밀가루를 삼립이 사서 계열사에 공급하는 구조였는데, 파리크라상(총수 일가 지분 100%) 등 총수 일가가 밀다원을 사실상 보유하고 있어 밀다원 매출은 총수 일가에게 증여로 잡혔다.

이 때문에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팔지 않으면 매년 8억원의 증여세 부과가 예상돼 허영인 회장이 급하게 저가 양도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허영인 회장은 이를 통해 최근 10년간 74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

검찰은 "파리크라상·샤니 입장에서 주식양도 필요성을 검토하지 않고, 가격 흥정 등을 통해 적정가를 산정하지 않고 평가 방법을 지정해서 주식 가치평가를 했으며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금융권에서 수백억원 상당을 차입해 일반 재산이 감소하면 채권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며 "총수 일가가 자의적으로 계열사 간 지분매매를 하는 행위는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사는 2020년 10월 샤니의 소액주주들이 SPC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으며, 검찰은 지난달부터 SPC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허영인 회장을 소환해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SPC 총수 일가 개입하에 약 7년간 이루어진 총 414억원 규모의 SPC삼립 부당지원과 관련해 지난 2020년 7월 허영인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추가 수사할 계획이다.

SPC는 노동조합 파괴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지난주 SPC 계열사인 PB파트너즈 본사 등이 압수수색에 들어가기도 했다.

PB파트너즈 황재복 대표이사 등 임직원 28명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대상으로 민주노총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승진 과정에서 조합원을 차별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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