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세지출 고소득자 수혜비중 33.4%·총 15.4조원...5년만에 최대
잇단 고소득자·대기업 중심 감세 정책...국민개세주의·세수중립 원칙 흔들려

국세감면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국세감면 전망. [그래픽=연합뉴스]

윤석열정부 들어 세금 감면·비과세 정책이 연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더욱 집중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11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연 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혜택을 받는 조세지출은 15조4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방식 등으로 재정을 지원해주는 것을 말한다.

고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은 2019∼2021년 10조원 안팎이었는데,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2조5000억원, 작년 14조6000억원(전망)으로 증가했다.

고소득자 조세지출 비중이 커지면서 중·저소득자 대상 비과세·감세보다 오히려 증가세가 더 높았다.

지난해와 올해 전체 개인 조세지출 중 고소득자 수혜 비중은 각각 34.0%, 33.4%로 예상돼 28∼30%대를 맴돌았던 2019∼2021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데다, 2018년 34.9%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조세지출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올해 기업 대상 조세지출 중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수혜분은 6조 6000억원, 비중은 21.6%로, 지난해와 비교해 지출 규모는 2조 2000억원은 늘었고 수혜 비중은 4.7%p 급증했다.

이는 2016년 24.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대기업 조세지출 수혜 비중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10∼11% 수준이었지만 2022년 16.5%로 수직상승한 뒤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소득자 수혜 비중이 상승한 배경으로 정부는 사회보험 가입률과 건강보험료율 상승을 꼽는다. 고소득자일수록 보험료 공제 규모가 컸다.

연구·개발(R&D) 및 투자세액공제는 투자 규모가 크고 세금도 많이 내는 대기업의 감면 비중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대기업 세제지원을 통해 투자가 늘면 근로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소득자·대기업을 중심으로 조세지출 규모가 늘면서 올해 조세지출 총액은 77조 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으로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조세지출 증가도 예상되지만 뚜렷한 재원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고소득자·대기업 중심의 감세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국민개세주의·세수중립 등 조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내년 재정 상황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작년 말에는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해 수십억원대 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과세망을 빠져나갔다.

월 20만원인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 한도는 없앤다. 비과세 한도는 지난해 약 20년만에 월 10만원 올랐는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액 비과세'가 되는 셈이다.

소득 격차 [그래픽=연합뉴스]
소득 격차 [그래픽=연합뉴스]

2022년 기준 기업이 근로자 1명에게 준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은 평균 67만 9000원으로 현재 연간 한도 240만원에 크게 못 미쳐, 결국 이번 전액 비과세 정책의 수혜자는 일부 대기업직원들에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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