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서울시 관악구 인헌동에 위치한 인헌시장은 38년 전통을 자랑하는 재래시장이다. 인헌시장은 12년 전 현대화 사업으로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한결 질서정연해진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인헌시장의 과거 명칭은 봉천11동골목시장’이다. ‘봉천11동’의 행정명칭이 ‘인헌동’으로 변경되면서 함께 바뀌었다. 인헌동이라는 명칭은 낙성대에서 출생한 강감찬(948~1031) 장군의 시호를 따서 지어졌다

15일 오후 2시 낙성대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서려는 순간, 관악구청에서 제작한 ‘인헌동 지도’가 보였다. 이 지도에는 '맛있고 흥겹게'라는 슬로건하에 인헌시장과 인헌들머리, 관악산둘레길 등 여러 명소들이 표시돼 있다. 기자는 지도를 보고 인현시장을 찾아갔다.

인헌시장 초입.

“명란젓 있습니다! 맛있어요!”

시장에 들어서자 정겨운 소리가 가득했다. 인헌시장은 좁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지만, 행운동, 낙성대동, 남현동, 사당동, 방배동 등 주변 마을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형마트들에 의해 입지를 잃은 다른 재래시장들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인헌시장이 이토록 활기찬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인헌시장을 살펴보던 중, 생선가게가 눈에 띄었다. 이 가게의 가판대에 올라 있는 수많은 생선들은 전부 얼음과 투명한 비닐 사이에 싸여 있었다. 까닭이 궁금해 상인에게 말을 걸자, 그는 “재래시장은 아무래도 위생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으니까. 이렇게 진열하면 깨끗하기도 하고,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니 손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러보니 다른 가게들 역시 위생에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고, 실제로 날벌레가 꼬이지 않아 신선해보였다.

또 눈길을 사로답은 것은 시장 물건들의 가격이었다. 한 가게는 "10년 전 가격에 드려요'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치킨은 마리당 5,000원에서 8,000원 사이로 판매되고 있었다. 비비큐 등 프랜차이즈 제품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밖에도 돈가스 1장에 1,500원, 고기구이집은 삼겹살 1인분(200g)을 5,000원에 팔았다. 물건 하나 하나에 ‘시장의 인심’이 느껴졌다.

인헌시장의 한 생선가게.

인헌시장은 품목도 다양했다. 해산물, 육류, 채소, 과일 등 1차 생산물을 비롯해 의류, 주전부리, 젓갈, 치킨, 경양식, 중화요리 등 가공품들도 있었다. 시장의 끄트머리에 슈퍼마켓도 있었는데 주로 노상에서 팔지 않는 상품이 많았다.

한 상인에게 인헌시장이 북적이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30~40년 전부터 항상 이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손님들이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 같다.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좋은 물건 저렴하게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상인들은 인헌시장의 장점으로 ‘연중무휴’, ‘현대화된 시설’,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입지’, ‘대형마트의 식료품과는 달리 개성 있는 맛’, ‘정겨움을 자아내는 공간’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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