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의 한 골목, 무더위에 샤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쪽방촌 사람들은 무더위를 어떻게 견딜까.

<뉴스로드>는 21일 오후 1시 영등포구 쪽방촌을 찾았다. 요셉의원 맞은편 건물 그늘에 한 노인이 보였다. 노인은 더위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다가가서 "덥지 않으시냐"고 물으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노인은 빵을 한 입 베물고는 힘겹게 삼켰다.  더이상 말을 걸기가 미안하게 느껴져 자리를 떴다.

요셉의원을 지나 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니 집집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무더위에 바람이라도 통하게 하려고 문을 열어둔 것 같았다. 에어컨은 언감생심일 쪽방촌에서 유일한 피서법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하지만 대문 안에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빨랫줄이 눈에 띄었다. 빨랫줄 위에는 두꺼운 겨울 이불이 널려 있었다.
한여름에 겨울 이불이라니, 이 이불을 빨랫줄에 말리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싶었다.

쪽방촌 골목이 끝나는 곳에 옹기종기 모인 주민들

쪽방촌 골목 안으로 더 전진했다. 무더위 탓인지  주민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지? 고민이 됐다. 데스크로부터 "쪽방촌 취재를 갔으면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야지, 사람도 못 봤냐"고 한소리 들을 게 뻔했다.

폭염은 사람 뿐 아니라 취재도 발목을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눈에 불을 켜고 사람을 찾아 나섰다. 골목에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지성이면 감천인지 아저씨 한 분이 목격됐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 기자가 일부러 큰 소리로 "여기 앉아서 뭘 하세요?"라고 물었다.

아저씨는 멀뚱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였다. 이웃집에서 한 아저씨가 문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는 "누구냐 "고 물었다. 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이 더위에 뭐하러 쓰잘데없이..."라며 혀를 차더니 돌아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사람을 찾아 대문 안을 기웃거렸다. 이번에는 80살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을 찾아냈다. 할아버지는 러닝셔츠차림으로 방에 누워 마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 안을 둘러보니 선풍기도 없었다.

세상에 이 무더위에 선풍기도 없이 어떻게 지내시나. 걱정 반 궁금 반 물었다. 할아버지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는 했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목구멍을 겨우 통과할 때 나오는 숨소리 같은 대답, 기자가 "점심은 드셨냐"고 다시 묻자 할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더위에 지쳐 대답할 기력도 없어 보였다. 

쪽방촌을 빠져나와 하늘을 봤다. 사방으로 얽힌 전기줄이 축 늘어져 있었다. 2018년 7월 21일 한낮의 쪽방촌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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