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당 해산 청원 조작 논란, 진실은?
[팩트체크] 한국당 해산 청원 조작 논란, 진실은?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5.0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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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2일 현재 역대 최다인 16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뉴스로드] 지난달 2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열흘 만에 16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일부 네티즌과 한국당 측에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로드>는 팩트체크를 통해 조작 의혹이 사실인지 살펴봤다. 

♢ 한국당 청원, 베트남 조작 논란은 ‘거짓’

한국당 청원 조작 논란은 지난달 30일 오전 한 네티즌이 청와대 홈페이지의 접속 트래픽 점유율이 이상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네티즌이 제시한 웹 분석 서비스 ‘시밀러웹’의 국가별 트래픽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원게시판의 트래픽 중 한국 비중은 51.8%인 반면 베트남은 전달 대비 23배 이상 증가한 13.9%였다. 

베트남으로부터의 청와대 접속이 갑자기 늘어난 것을 수상하게 여긴 네티즌들은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청와대에 우회접속해 한국당 해산 청원 동의 수를 늘린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과 일부 언론의 보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당 해산청원 조작 논란의 시발점이 된 시밀러웹의 청와대 홈페이지 트래픽 분석 결과. 사진=시밀러웹 홈페이지
한국당 해산청원 조작 논란의 시발점이 된 시밀러웹의 청와대 홈페이지 트래픽 분석 결과. 사진=시밀러웹 홈페이지

하지만 결론적으로 한국당 해산 청원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네티즌들이 제시한 트래픽 분석 결과는 3월 한 달 간의 분석자료로, 4월 22일 게시된 한국당 해산 청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게다가 시밀러웹의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한 4월 분석 결과는 27일 기준 한국 76.2%, 미국 10.24%, 베트남은 불과 0.97%에 그쳤다. 미국 비중은 전달(10.87%)과 거의 유사했다.

청와대 또한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는 해당 의혹이 불거진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4월 2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97% 국내에서 이뤄졌다. 미국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라고 구글애널리틱스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3월 또한 국내 비중이 90.37%로 대부분이며 베트남 비중은 3.55%에 불과했다.

지난 3월 베트남으로부터의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원 조작을 의심할 정도의 비중은 아니었으며, 한국당 해산 청원과는 시기적으로 일치하지도 않는다. 베트남에서 접속이 늘어난 것은 3월 14~15일 베트남 언론이 고 장자연 씨 및 가수 승리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면서 청와대 청원 링크를 소개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청와대는 “3월에 베트남에서 청와대 홈페이지로 유입된 전체 트래픽의 89.83%는 장자연씨 관련 청원으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국민청원, 중복 동의 가능한가?

한국당 해산 청원 조작 논란은 근거의 불확실성이 드러남에 따라 수그러들었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여전히 ‘매크로’ 등을 통한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청원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조작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또한 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 사람이 무한 아이디를 생성해서 할 수 있는 이 청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북한의 어떤 지령을 받는 세력들에 의해서 이게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지고 있다”고 북한 배후설을 제기했다. 

한국당 의원 및 지지층에서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하나의 국민청원에 한 사람이 여러번 동의할 수 있는 ‘중복 투표’ 문제 때문이다. 포탈사이트에서 ‘청와대 중복 투표’, 또는 ‘청와대 동의 여러 번 하는 법’ 등을 검색하면 쉽게 청원게시판에 중복투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청원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 등 4개의 포탈사이트 및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로그인을 해야 한다. 한 계정으로 동의를 누르면 다른 계정으로는 동의할 수 없으며, 시도할 경우 “청원 동의는 한번만 할 수 있습니다”라는 팝업창이 나타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명이 여러 번 동의하는 법을 소개한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명이 여러 번 동의하는 법을 소개한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뉴스로드>가 네티즌들이 제시한 중복투표 방법을 직접 시험해 본 결과 이러한 팝업창을 보는 일 없이 여러 차례 동의를 누르는 것이 가능했다. 웹브라우저의 쿠키를 삭제하거나, 크롬의 시크릿탭을 이용할 경우 여러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한 청원에 반복해서 동의할 수 있었다. 네이버의 경우 1인당 3개의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고 트위터의 경우 이론상 무한한 계정 생성이 가능해, 한 명이 동의 수를 크게 증가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1월 6일 게시된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라는 청원의 경우, 중복투표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마감일이었던 2월 5일 오전까지 약 10만명의 동의 수를 기록 중이었으나, 특별한 계기 없이 동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이날 오후 10시경 20만명을 돌파한 것. 일부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카오톡을 통한 중복투표 방법을 공유한 사실이 밝혀졌고, 청와대는 일시적으로 카카오톡 본인인증을 중단시켰다. 

2017년 9월 30일 게시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동의 수 20만명을 넘겼지만, 해당 청원을 지지하던 일부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에 중복투표 방법을 공유하고 열 개가 넘는 계정으로 중복투표한 사실을 인증하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국민청원 1인당 1계정, 개선 가능할까?

이처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자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재환 입법조사관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미국의 ‘위더피플’ 사례를 통해 살펴본 청와대 국민청원의 개선방안’이라는 글에서 청원게시판의 문제점으로 “한 사람이 여러 번 동의할 수 있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꼽으며, “민간SNS 계정을 통한 로그인 방법을 지양하고,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의 국민청원게시판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에서는 청원을 제출하고나 타인이 제출한 청원에 동의하기 위해, 위더피플 사이트에 직접 가입해 본인 계정을 생성해야 한다. 또한 동의 시에도 본명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야 하며, 입력한 주소로 확인메일이 전송되면 링크된 ‘확인’ 버튼을 눌려야 동의 절차가 완료된다. 반면 청와대 홈페이지의 경우, 따로 계정을 만들 필요없이 소셜미디어 계정만으로 동의가 가능해 중복투표의 위험이 더 크다. 

입법조사처는 “외부 계정을 통한 로그인 방식은 보안상의 문제에 취약할 수 있다”며 “청원 제출・동의 과정에서 중복 방지를 위해 실명확인 과정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3개에 불과한 민간SNS는 국민들의 청원권 기회가 제한된다”며 “특정 SNS계정을 통한 로그인 방식은 다른 SNS서비스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미국 '위더피플'의 운영방식 차이.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미국 '위더피플'의 운영방식 차이.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다만 청와대 홈페이지의 본인인증절차가 복잡해질 경우 접근성이 떨어져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독려한다는 국민청원의 본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1인당 1계정으로 청원 참여를 제한하려면 인터넷 실명제가 필요한데, 이는 이미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이기 때문. JTBC는 지난달 30일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1인 1계정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계정 1청원이 원칙"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민청원게시판에서 지속적으로 1인당 1계정으로 청원 동의를 제한해야 한다는 요청이 올라오고 있어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TBS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청원게시판을 현행대로 운영하자는 의견은 20.1%에 불과한 반면, 실명제 도입 등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두 배인 40.2%에 달했다. 

입법조사처는 “과도하게 복잡한 실명확인 절차는 IT기술에 익숙하지 않는 시민들의 참여를 어렵게 한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서 IT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적절한 실명확인 강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정치참여라는 국민청원게시판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여론의 왜곡을 방지할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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