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中 희토류 카드, 미국에 통할까
[팩트체크] 中 희토류 카드, 미국에 통할까
  • 장소라 기자
  • 승인 2019.05.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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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시설 시찰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류허 중국 부총리. 사진=연합뉴스
희토류 시설 시찰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류허 중국 부총리.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미중 양국의 무역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마지막 카드로 여겨지는 희토류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시성 간저우시에 위치한 희토류 채굴 및 가공업체 진리영구자석과기유한공사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장 시찰에는 미중 무역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류허 부총리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이날 현장 방문은 미국에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20일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이번 방문은 희토류를 보복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중국이 미국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또한 21일 “류 부총리를 대동한 지방 시찰에서 희토류 생산시설을 둘러봤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은 무역전쟁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대응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희토류는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해 중국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뉴스로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이 미중무역전쟁을 다른 국면으로 이끌 수 있을 지 알아봤다.

- 희토류 생산량, 중국 1위 호주 2위

희토류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 란탄계 원소 15개와 21번 스칸듐, 그리고 39번 이트륨 등 총 17개의 원소를 총칭하는 말이다. 광물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지각에 풍부하게 분포해있다. 다만 희토류의 특성 상 지구표면에 고르게 분포해있는 것은 아니다.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는데다, 열전도성 또한 우수하다. 또한 탁월한 화학적·전기적·자성적·발광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4차산업 분야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베터리, 반도체 등 IT 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등 친환경산업 또한 희토류의 충분한 공급 없이 없다면 운영이 불가능하다.

2016년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 자료=KOTRA
2016년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 자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인 만큼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할 수 있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된다. 그렇다면 중국이 실제로 전세계에서 희토류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일까? 미 지질조사국(USGS) 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10만5000톤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무려 83%를 차지한다. 2위 호주의 연간 생산량은 1만4000톤으로 중국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매장량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해 기준 중국 내 희토류 매장량은 4400만톤으로 전세계 매장량의 약 37%에 해당한다. 2위 브라질(22만톤)과 3위 러시아(18만톤), 4위 호주(6만9000톤)를 모두 더해야 겨우 중국의 매장량을 넘어설 수 있다. 

- 희토류카드로 대미 압박, 실효성은?

이같은 수치는 첨단산업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수출의 전권을 사실상 중국이 쥐고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토류 수입과 관련해 미국의 중국 의존도도 심각하다. USGS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 중 중국산의 비중은78%였다. 에스토니아(6%), 일본(4%), 프랑스(4%)에서도 희토류를 수입하고 있지만 중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 중국이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미국의 첨단기업들이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갈등 악화로 지난해 9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서, 대상 제품 목록에서 희토류를 슬그머니 제외했다. 당초 미 무역대표부(USTR)가 같은해 7월 발표한 목록에는 희토류가 포함됐으나, 미국 첨단산업이 입을 타격을 우려해 결국 목록에서 삭제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 는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희토류를 삭제한 결정은 미국이 중국산 희토류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보여준다”고 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 광산. 한때 세계 희토류 생산의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중국 컨소시엄에게 인수된 상태다.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 광산. 한때 세계 희토류 생산의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중국 컨소시엄에게 인수된 상태다. 사진=위키피디아.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당장 미국 연간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을 대체할 희토류 생산국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국 영토 내에서 희토류 채굴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희토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환경오염과 그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게다가 1960~1980년대 전세계 희토류의 주산지였던 캘리포니아 주 남부의 마운틴 패스 광산도 지난 2017년 6월 중국의 성허자원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국제기구를 통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제동을 거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희토류 수출쿼터제는 무역기구 규정 위반이라는 경고를 받고 수출제한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2015년 희토류 생산 기업을 6개로 통합한 후 엄격하게 생산량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이 환경오염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어 국제사회가 반대할 명분도 없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관계보다는 일대일 맞대응을 통한 중국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희토류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기구를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희토류의 사용 효율을 높이거나 아예 희토류를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 과정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경험했던 일본은 2010년부터 희토류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는 한편,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실제 지난 2013년에는 일본 쇼와전공이 희토류 중 하나인 디스프로슘을 대체할 수 있는 자석합금을 개발하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지난 2011년부터 희토류를 핵심 원료로 지정하고, 대체물질 개발 및 재활용, 사용 저감 기술에 막대한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영구자석의 희토류 사용을 저감하거나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대체로 2020~2025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결국 중국이 희토류 공급선을 차단할 경우 미국이 단기적인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이 미국을 앞지를 역전의 한 수는 아니지만, 재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이 미국을 앞지를 역전의 한 수는 아니지만, 재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 트럼프, 희토류 카드 맞받을 반전 카드는?

물론 미국이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 때문에 패권을 내줄 리는 없다. 중국 외에도 희토류가 매장된 국가는 많은데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희토류를 대체할 물질도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 당장 북한에도 상당량의 희토류가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북한과 빅딜에 나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이 원유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조치를 시행하면서도 미국산 원유에 대한 관세는 인상하지 않았다. 이후 중국은 한동안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러시아에 의존하며 무역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자 지난달 미국산 원유 수입을 슬그머니 재개했다.

희토류 수출제한이 오히려 중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과의 영토분쟁 이후 중국의 희토류 패권을 목도한 세계 각국은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후 WTO의 경고로 수출쿼터제까지 폐지하면서 희토류가격이 급락해, 중국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처럼 희토류를 기울어진 미중관계를 역전시킬 '신의 한수'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당장 내년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느긋한 장기전략을 시행하기 어렵다. 재선 전 중국에게 명확한 항복 표시를 받아내고 경제 성과를 홍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희토류 의존도가 줄어들기를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시 주석이 꺼내든 희토류 카드는 미국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시기적절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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