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도록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접근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밝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핵심은 ‘변화’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임 정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 <뉴스로드>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미국 대북전략의 변화가 국내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봤다.

◇ ‘탑 다운' 대신 '다자주의' 방식 추진할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취했던 방식은 ‘양자외교’와 ‘탑 다운(Top down)’으로 요약된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한 압박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실무진의 협상을 통해 세부 조건을 조율하기보다는, 양국 정상 간의 담판을 통해 속전속결로 빠르게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이상 이와는 상반된 ‘다자주의’ 방식의 협상전략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 보고서에서 “바이든 당선자는 북한 문제 때문에 동맹 관계가 균열되거나, 허약한 동맹체제로 북핵 문제를 다루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해법으로 한국, 일본, 중국이 포함되는 ‘이란 핵 합의 모델 방식’을 적극 검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통해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이끌어냈던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현재 국무장관 지명자인 토니 블링컨 또한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던 인물로, 이란 핵 합의를 북핵 해법으로 주장한 바 있다. 북미 대화를 조율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양자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다자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공조가 유리할 여지도 있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거창한 이벤트에 비해 실속이 없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실무진 간의 대화를 통해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바텀 업(Bottom up)’ 방식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폭력배(thug)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 번에 ‘빅 딜’을 마무리하려 했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실무진 협상을 통한 ‘스몰 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나가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 답습할 가능성 낮아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의 과오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전략적 인내는 대북제재를 지속하며 북한이 먼저 태도변화를 보일 때까지 대응하지 않고 기다리는 전략을 뜻한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임기 중 북미 대화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가 지속됐고, 이 기간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까지 시험하는데 이르렀다. 전략적 인내가 오히려 북한에게 시간을 벌어줬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북한은이미 핵 개발 단계를 넘어 핵 능력국가(nuclear capable country)의 단계에 진입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선 당시 바이든 선거캠프에서 외교정책고문을 맡았던 브라이언 매키언 국무부 관리 및 지원담당 부장관 내정자는 지난해 10월 연합뉴스를 통해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다”라며 “2017년 1월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코로나19 및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문제에 집중해 대북협상 일정을 늦출 경우다. 손광수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대북정책 방향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방역 강화 등 미국 국내 문제부터 우선 해결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협상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난 후에야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고 시간을 보낼 경우, 조급해진 북한이 재차 군사적 도발에 나서면서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조 위원은 “북한 경제가 위기상황이며, 자칫 비핵화 협상 자체를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도발카드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 재개가 지연될 경우 북한이 ICBM 또는 SLBM 발사 등 고강도 무력도발을 감행할 개연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재개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한반도체제는 북미 관계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은 제약보다 기회 요소로 활용 가능하다”며 “한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당국 사이에서 중재자 위치를 유지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 임기 중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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